트럼프 '호르무즈 보호'에 낙폭 축소했지만…뉴욕증시 변동성 여전[월스트리트in]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상윤 기자I 2026.03.04 07:34:06

장중 다우 1200P 급락·S&P 2.5% 밀려…VIX 올해 최고치
유가 한때 9% 급등, 미 10년물 금리·달러 동반 상승
트럼프 “유조선 호위·정치적 위험보험 제공”…해군 투입 가능성 시사
연준 “에너지 가격 지속 여부가 핵심”…금리 인하 경로 불확실성 확대
원·달러 환율 장중 1500원 돌파…17년 만에 최고...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격화하면서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와 미 국채가 동반 급락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선박 보호’ 발언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한 후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장초반 급락세…트럼프 호르무즈 ‘호위’ 발언에 낙폭 일부 만회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83% 빠진 4만8501.27에 마감했다. 장중 1200포인트 넘게 급락한 뒤 하락폭을 줄이며 400포인트대 약세로 장을 마친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장중 2.5%까지 밀렸다가 0.94% 떨어진 6816.63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1.02% 떨어진 2만2516.69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3선을 웃돌며 올해 들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장 초반 국제유가가 9% 넘게 치솟으며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지자 매도세가 주식과 채권 전반으로 확산됐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bp 오른 4.06%로 상승했고, 달러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과 선박을 호위하고 보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즉시 발효된다”며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걸프를 통과하는 모든 해상 무역, 특히 에너지 운송과 관련해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치적 위험 보험과 보증을 제공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모든 해운사에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미 해군이 가능한 한 신속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호위를 시작할 것”이라며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은 전 세계로의 에너지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다.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 이후 브렌트유는 급등폭을 크게 줄이며 배럴당 80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엔비디아가 1.3% 빠진 가운데 애플(-0.4%), 알파벳(-0.9%), 브로드컴(-1.6%), 테슬라(-2.7%) 등 그간 고평가를 받아왔던 주식 위주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론 역시 8.0% 하락하고 AMD도 3.9% 빠졌다. 반면 한동안 급락세를 보였던 소프트웨어주는 반등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4% 오르고 소프트웨어 종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IGV는 1.5% 상승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테헤란을 추가 공습했고, 이란은 카타르·바레인·오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충돌이 확산했다. 카타르와 이라크는 주요 에너지 시설의 생산을 중단했다. 물류·발전·난방에 쓰이는 디젤 가격이 급등하면서 운송비 상승과 물가 압력 확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 충격과 장기화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진단이 나왔다.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시장은 당분간 헤드라인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긴장이 안정될지, 글로벌 공급망에 장기적 충격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FHN파이낸셜의 윌 컴퍼놀레는 “넓은 장중 변동폭은 투자자들이 분쟁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과도한 반응이라는 평가도 있다. 래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의 낸시 텡글러는 “시장 반응은 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지만, 아직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매케운은 중앙은행이 일시적 충격을 이유로 금리를 인상하진 않겠지만, 금리 인하 시점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는 과거 위기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지정학적 충격 국면에서 증시는 평균 7%(중앙값 3%) 하락했지만, 경제에 구조적 타격이 없는 한 수개월 내 회복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스라이트자산운용의 크리스 자카렐리는 “군사 행동은 단기 변동성을 키우지만 경제적 피해가 제한적이면 시장은 명확성이 확보된 이후 회복한다”며 “과잉 반응이 나타날 경우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중동 리스크에 연준도 신중 모드…“금리 경로 더 지켜봐야”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주요 인사들이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통화정책 경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지가 향후 금리 결정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인베스트 콘퍼런스에서 “이번 사태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오래 미칠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카시카리 총재는 당초 올해 0.25%포인트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전망에 대한 확신이 약해졌음을 시사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금융시장 반응은 비교적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유가가 상승했지만 “아직 극적인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충격이 얼마나 지속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 물가에 정량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특히 가스 가격 급등이 유럽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파급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관세 영향이 대부분 반영되고 인플레이션이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경우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관세가 소비자물가에 추가 압력을 가하겠지만, 2026년 말에는 물가 상승률이 2.5%, 2027년에는 연준 목표치인 2%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약 2.5%로 예상하며, 최근 노동시장에는 “안정화의 고무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관세의 전체 영향이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만큼, 연준의 2% 물가 목표를 향한 진전은 “일시적으로 정체된 상태”라고 말했다.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도 이날 덴버 행사에서 “노동시장은 대체로 균형 상태로 보인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관세 영향을 받는 상품과 서비스 부문 모두에서 가격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거의 5년간 연준 목표를 웃돌고 있다”며 “안주할 여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 장중 1500원 돌파…17년 만에 뚤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중동 전면전 우려 속에 달러화가 급등하고 국제유가까지 치솟으면서 원화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황 확산 여부와 국제유가 흐름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변동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와 에너지 가격의 방향성이 환율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한국시간)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 종가(1466.1원) 대비 19.6원 급등한 1485.7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전날 주간 거래에서만 26.4원 급등한 데 이어 상승세가 이어졌다.

환율은 뉴욕증시 개장 직후 상승 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한국시간 4일 0시 5분께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섰고, 장중 한때 1506원 선에 근접했다. 이후 차익 실현과 단기 조정이 겹치며 1490원선 아래로 밀렸지만, 1500원선 돌파 자체가 시장에 강한 충격을 남겼다.

오전 6시 30분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는 전 거래일 대비 16.72원 오른 1485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과 선박을 호위하고 보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유가가 상승폭을 줄인 게 위안이 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웃돈 것은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은 1600원선 턱밑까지 치솟은 바 있다. 탄핵정국이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도 1480원대까지 오르며 1500원선 돌파를 시도했지만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정책 대응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는 배경이 다르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확대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급격히 강화됐다. 국제유가 급등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교역 조건 악화와 경상수지 부담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안전자산 선호 속에 강세를 이어갔다. ICE선물거래소의 주요 5개국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미 동부시간 오후 4시 30분(한국시간 오전 6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67% 오른 99.04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 강세 여파로 금값도 하락 압력을 받았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5,100달러선에서 전 거래일 대비 약 3.8% 내린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매일 아침, 월가의 흐름을 한눈에. [월스트리트in] 구독좋아요는 선택 아닌 필수!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