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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에 따른 것이라고 FT는 짚었다. 미 정부가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첨단 기술 제조업체에 대한 보조금을 주면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대적인 자본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2014년 미국 최대 투자국이었던 중국의 투자 규모는 지난해 3분의 1로 쪼그라들어 8위에 올랐다.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삼기의 김치환 최고경영자(CEO)는 FT에 “미국은 더 이상 중국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한국 기업들에 기회”라고 짚었다. 지난해 삼기는 1억2800만 달러(약 1708억원)를 투자해 앨라배마주에 첫 미국 공장을 열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반도체·과학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전기차를 포함한 청정 기술의 미국 제조를 촉진했다. 이는 주요 생산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수천억 달러의 세액 공제, 보조금 제공 등을 약속했고 한국 기업들은 적극 투자에 나섰다.
예컨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셀 생산을 위해 절반씩 부담, 총 43억 달러(약 5조7000억원)가 규모의 공장건설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SDI는 GM과 손잡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약 35억 달러(약 4조 6707억원)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 이처럼 지난해 미국 내 한국 프로젝트 계획 중 3분의 1 이상이 자동차 또는 전자 부문이었다고 FT는 전했다.
인디애나주 세인트조셉 카운티의 경제개발 담당인 빌 샬리올은 “의도적인 기회”라면서 “인디애나주 당국자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지난 5년 동안 한국을 4차례 방문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 고조는 동시에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더 이상 확장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반도체법은 자금 조달을 위한 ‘국가 안보 가드레일’을 명시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외 투자 중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유입됐으나, 중국은 그중 1% 미만을 차지했다. 2019년 11%에서 대폭 줄어든 것이다. 2019년 한국의 대외 투자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다만 경제 성장 둔화, 전기차 수요 둔화, 수입 가격 하락 등으로 한국 제조 업체들의 투자 일부는 지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지난 7월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상황을 이유로 애리조나주에 있는 23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조지아주에 있는 한국 태양광 부품 제조업체인 큐셀은 매달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한화큐셀 미국 법인을 포함한 미국 태양광 업체들은 동남아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미 정부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