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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원인 제공자`인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한 미국이 이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감축을 약속한 마당에 정부에 기댈수는 없는 노릇. 따라서 관심의 중심엔 연준이 자리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오는 26일(현지시간) 잭슨홀에서 연설에 나선다.
연준은 일종의 소방수 역할을 한다. 금융시장에 위기라는 불이 찾아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 그것이 실물경제 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준다. 위기 상황에서 전세계가 연준과 버냉키 의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적절한 조치는 금리를 낮추거나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QE) 형태로 이뤄진다.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연준의 어깨가 무겁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등급강등 이후 후폭풍이 예상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락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관심이 집중됐던 지난 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우선 "최소 오는 2013년 중반까지 0~0.25%의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금리 유지 시기를 밝히지 않는 것을 놓고 볼 때 과감하고 어떻게 보면 창의적인 의지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패닉장세를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인 듯 보인다. 뉴욕 증시는 하루 오르는가 했더니 다시 떨어졌다. 따라서 시장은 이번 잭슨홀에서 버냉키 의장이 QE3 시행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컬트 칼 스위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연준의 추가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준이 직접적으로 행동에 나서기까지 확인해야 할 사안은 많다. 특히 이번 FOMC에서 3표나 나온 반대파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 성장이 확실히 둔화되고 있다는 경제 지표 등을 확인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야 한다.
QE3가 시행된다면 그 방법도 문제다. 이미 두 차례 진행했던 양적완화가 실질적으로 가계 등에 흘러들어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팽배한 만큼 과거처럼 무차별 달러살포 방식은 큰 호응을 얻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에는 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 금리 인하, 만기 도래 채권 원리금 재투자 등의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시장 상황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다르며 따라서 유동성 공급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시간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재정·노동 개혁 등을 통해 투자 수요를 되살리고, 결국 시장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