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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화재로 인한 사망자 중에는 방학을 맞아 전국을 여행 중이던 세모녀도 포함됐다. 지은지 수십년이 넘은 노후한 건물이어서 스프링클러 등 화재진압 시설이 전무한 상태에서 유일한 출입구에 불을 지른 탓에 피해가 컸다.
◇ 하루 숙박비 1만5000원 …저소득 노동자들이 주로 투숙
서울 종로 서울장여관에 불을 질러 10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현존건조물방화치사)를 받는 유모(53)씨가 21일 구속됐다. 유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박재순 서울중앙지법 당직판사는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중식당 배달원으로 일해온 유씨는 이날 술에 취한 채 여관을 찾았다가 여관주인 김모(71·여)씨가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소란을 피우다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한 뒤 여관 복도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불은 순식간에 번져 건물을 집어삼켰고, 투숙객 전원이 죽거나 다쳤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1층에서 4명, 2층에서 1명이 발견됐다. 나머지 5명도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1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유씨가 불을 지른 서울장여관은 총 객실 8개에 한 방 크기가 6.6~10㎡(약 2~3평) 정도인 노후한 여관으로 속칭 ‘달방’으로 불리는 숙소들 중 하나다.
서울장 여관은 장기 투숙비가 한 달 보통 45만원, 하루 1만5000원 수준이어서 보증금을 내고 월세집을 구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 노동자들이 주로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화사고로 사망한 희생자 중 남성 투숙객 2명은 2년전부터 이 여관에서 숙박해온 장기 투숙객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남성 역시 3일 전 장기투숙을 위해 이 여관을 찾았다.
◇서울여행 온 세모녀 화풀이 방화로 희생
화풀이 방화로 인한 희생자 중에는 방학을 맞아 전국을 여행하던 중 서울을 찾은 세모녀도 포함돼 주위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박모(34)씨는 방학을 맞은 중학생 이모(14)양, 초등학생 이모(11)양과 함께 지난 15일부터 전국 각지를 여행했으며, 여행 5일째인 19일 서울에 도착해 저렴한 숙소를 알아보던 중 서울장여관에 짐을 풀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모녀는 다음날 여행일정을 위해 잠들었고 20일 오전 3시경 유씨가 지른 불에 피할 사이도 없이 참변을 당했다.
업무 때문에 여행을 함께 하지 못하고 장흥에 남아 있는 박씨의 남편 이모씨와 다른 가족들은 박씨와 두딸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서울로 상경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가족들도 박씨 모녀가 굳이 서울장여관을 골랐던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