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트레버 맥패든 판사는 AP통신 기자가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과 대통령 전용기에서의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명령했다.
맥패든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정부가 특정 언론사에 출입을 허용했다면, 관점을 이유로 다른 언론을 배제할 수 없다”며 “수정헌법 제1조(언론의 자유 보장)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맥패든 판사는 1차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임명된 인사다.
이에 따라 AP통신 기자들은 대통령 집무실, 에어포스 원, 백악관 주요 행사 등에 다시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이 조치는 오는 13일부터 발효된다. 다만 법원은 백악관이 항소할 수 있도록 며칠 간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이번 판결은 백악관이 약 두 달 전 AP통신 기자의 오벌오피스 출입을 금지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용어를 계속 사용했다는 이유로 출입 금지를 당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이후에도 언론사의 보도 및 표기 지침을 담은 스타일북에서 멕시코만의 명칭을 변경하지 않았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 내에서만 효력이 있는 데다 멕시코만이 400년 이상 공식적으로 통용돼온 명칭이고, 독자들에게도 친숙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AP통신은 백악관의 출입 금지에 반발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 측 주요 보좌관 3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P통신은 소장에서 “백악관이 자사 보도를 압박하고 관점 통제를 시도하며 수정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와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 대변인인 로런 이스턴은 성명을 통해 “오늘 판결은 정부의 보복으로부터 언론과 대중이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다시금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작년 선거 유세 중 괴한의 총탄을 맞고 피를 흘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촬영한 AP 백악관 출입 기자인 에번 부치 사진기자는 지난달 27일 열린 공판에서 “출입 제한이 보도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주요 뉴스를 보도하는 데 있어 우리는 사실상 ‘사망 상태’나 다름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통제 시도에 제동을 건 첫 사례이며, 향후 유사한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