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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셰브론은 석유·가스 생산회사인 헤스를 530억달러(약 71조원)에 인수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1879년 셰브론이 설립된 이래 최대 M&A 거래다.
헤스는 남미 가이아나 유전 개발권과 미국 노스다코타 셰일오일 개발권을 갖고 있다. 헤스 인수로 셰브론의 석유·가스 생산량은 하루 300만boe(석유환산배럴)에서 338만 7000boe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셰브론은 핵심 산유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이아나 유전의 잠재력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석유업계에서 ‘메가딜’을 성사시킨 회사는 셰브론만이 아니다. 엑손모빌도 이달 초 셰일가스 시추회사인 파이어니어를 595억달러(약 80조원)에 인수했다. 에너지업계는 물론 다른 업종을 통틀어 봐도 올해 성사된 M&A 중 가장 큰 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엑손모빌은 파이어니어가 보유한 퍼미안 분지 내 셰일가스 유전을 통해 셰일가스 시장에서 지배적 입지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경쟁사를 품어 석유 생산량을 늘리려는 미국 석유공룡들의 모습은 BP나 토털 등 유럽 경쟁사들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투자 무게추를 옮기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FT는 선진국들이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지만 셰브론이나 엑손모빌은 석유·가스가 장기간 탄력적인 수요를 유지할 것이락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FT 인터뷰에서 탈석유 압박에 대해 “우리는 사악한 제품(석유)을 파는 게 아니다. 좋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석유 수요가 2030년 정점(피크오일)을 찍고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전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나리오를 만들 순 있지만 우린 현실세계에 살고 있으며 현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고유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잇달아 석유업계 메가딜이 성사된 배경이다. 지난해 셰브론과 엑손모빌은 각각 365억달러(약 49조원), 590억달러(약 80조원)에 이르는 순익을 거두며 사상 최고 실적 기록을 갈아 치웠다.
화석연료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환경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화석연료 반대 운동 단체인 파실프리미디어의 캐시디 디파올라는 “셰브론의 헤스 인수는 화석연료 산업이 둔화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스런 신호”라며 “이 같은 거래로 앞으로 수십년 동안 화석연료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