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사장이 CES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농담을 했다. 전날 CES에서 공개한 ‘휘어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사실 전시계획이 없었는데 경쟁사가 내놓을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꺼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해명하는 차원에서다.
CES 개막 첫날인 지난 8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곡면형의 OLED TV를 나란히 공개했다. 휘어진 TV는 개발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시제품을 내놓았다는 자체만으로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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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자 일부에서는 LG가 내놓은 시제품 대수(3대)가 삼성(1대)보다 많다는 점 등을 들어 삼성이 ‘세계최초’ 타이틀을 뺏기지 않기 위해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억지로 전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통 기업들이 CES 같은 대규모 전시회에 참석할 때에는 미완성의 제품도 만일을 대비해 준비해 놓는데, 전날의 상황이 바로 그랬다는 것이다. 경쟁사가 시제품을 전시한다는 첩보를 듣자마자 같은 제품으로 맞불을 놓았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가 선보인 TV는 제품 뒷면에 나무 재질의 합판을 덧붙여 놔서 LG전자 제품보다 두꺼워 보인다. 여러 정황상 삼성이 계획에 없던 일을 했다는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윤 사장이 “밤새 나무판을 끌어안고 자봤다”는 농을 한 배경이다. 디스플레이가 휘어진 만큼 뒤에 덧대는 나무판도 구부러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윤 사장이 자기 손으로 나무판을 구부려 봤다는 것이다. 그만큼 ‘벼락 전시설’은 황당하고 어의없음을 나타낸 것이다.
윤 사장은 TV 두께를 줄이는 경쟁도 이제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TV 두께가 30mm 이하로 줄면 소비자들이 불안해한다는 조사도 있다”며 “두께 전쟁은 LED에서 끝났고 1000만원대 고가의 OLED TV에선 디자인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친환경적인 나무를 TV 뒤에 붙여 고급스러움을 살렸다는 설명이다.
한편 윤 사장은 올해 평판 TV 판매 전망치를 전년대비 10% 성장한 5500만대로 잡았다고 밝혔다. 다양한 사업 모델이 스마트TV 생태계를 통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도 드러냈다. 윤 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인 이 곳 미국에서는 삼성TV가 1위에 오르기까지 35년이 걸렸지만 지난해 삼성스마트 TV가 40% 이상의 점유율을 네 번이나 돌파하면서 새 역사를 수립했다”며 “2015년에는 글로벌시장 10년 연속 1위라는 금자탑을 쌓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TV 메이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