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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도 세금 피해 이사한 텍사스, 낙태금지법이 발목 잡나

김보겸 기자I 2021.09.13 13:59:31

美 텍사스주, 낙태금지·투표권제한법 시행
진보성향 종사자 많은 테크기업 반발 커져
인도 이민자 출신 테크기업 여성CEO도 비난
"텍사스, 인도보다도 여성에게 퇴행적인 곳"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11일 시위대가 낙태금지법에 반발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텍사스주가 낙태금지법과 투표권 제한 등 보수 일변도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테크기업 인력 유치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높은 세금을 피해 실리콘밸리를 떠나 텍사스로 이동한 진보 성향 기업 종사자들이 여성 권리를 제한하는 텍사스에서 일하기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텍사스는 테슬라와 오라클 등 테크기업에 매력적인 도시로 이들의 안식처가 되기를 원했지만, 낙태금지법과 투표권 제한 등 조처 때문에 테크기업 근로자들이 텍사스로의 이주를 재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에는 친화적…여성·유색인종에는 아냐

텍사스는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가도 비싸고 소득세율도 13%로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떠나 개인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텍사스로 이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오라클과 휴렛팩커드(HP)는 본사를 텍사스로 이동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텍사스로 주소지를 옮겼다.

난해 12월 머스크는 절세를 위해 캘리포니아주에서 텍사스로 이사했다(사진=AFP)
실제 텍사스의 친기업 정책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기도 했다. 지난달 텍사스에 새로 창출된 기술 일자리는 3만3843개로 1년 전보다 56% 늘었다. 이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텍사스가 임신 6주 이후 여성의 낙태금지법이나 투표권 제한법, 소셜미디어 통제법 등 일련의 ‘우향우’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어 진보적 성향 띤 테크업계 종사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낙태금지법은 낙태 금지 시기를 현행 20주에서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6주로 앞당긴 것으로, 통상 6주는 여성이 임신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수 있는 기간이라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낙태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도 처벌받도록 하며, 시민이 신고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투표권 제한법은 우편투표를 쉽게 하기 위한 ‘드롭박스’ 등의 조치를 철회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한 것이다. 대체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유색인과 저소득층 유권자의 투표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향우 정책에 테크기업·노동자 반발

저렴한 물가를 기대하고 텍사스로 이사 온 근로자들도 텍사스를 떠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테크 기업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카피라이터 베테토는 작년 9월 아늑한 도시 분위기와 낮은 생활비에 이끌려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사했지만 최근 뉴욕으로 이사를 결심했다고 WP에 밝혔다. 그는 “텍사스에서 살 자신감이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텍사스 콕스 경영대에서 텍사스 경제를 연구하는 리처드 앨름은 “근로자들이 텍사스로 이주하려는 의지가 줄어들면 노동력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테크기업들은 주 정부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회장은 낙태금지법에 대해 “매우 개인적인 문제이고 특히 여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이와 관련해 병원 방문에 우려가 있다면 세일즈포스는 당신과 당신 가족들의 이동을 지원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샤르 두베이 매치그룹 CEO(사진=매치그룹)
인도 이민자 출신 여성 CEO도 텍사스주를 강하게 비난했다. 25년 전 인도에서 이민와 직원이 2000명에 달하는 데이트 앱 매치그룹의 CEO를 맡고 있는 샤르 두베이는 이달 초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인도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보다 여성에게 퇴행적인 법을 시행하는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낙태금지법처럼 징벌적이고 불공평한 법의 위험성을 모든 이들이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두베이에 따르면 매치그룹은 낙태 서비스 비용을 충당할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텍사스 라운드록에 본사를 둔 컴퓨터 제조업체 델의 마이클 델 CEO는 투표권 제한법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자유롭고 공정한 투표권은 미국 민주주의의 토대”라며 “특히 여성과 유색인들은 이 권리를 어렵게 얻었다. 정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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