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흑룡 마케팅 ''봇물''[TV]

이민희 기자I 2012.01.09 21:32:23
                      
 
[이데일리TV 이민희 PD] 올해는 흑룡의 해. 예부터 조상들은 여러 동물의 장점을 뽑아 만든 용을 동물 중 으뜸이라 했다. 60년 만에 한 번 돌아오는 흑룡띠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며 소비자들을 파고드는 기업들의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먼저 흑룡띠 특수를 가장 기대하고 있는 사업은 웨딩업체와 산후조리원이다. 서울웨스틴조선 호텔은 지난해 12월 예식 예약률이 200% 증가했고, 서울팔래스 호텔 역시 올 2월 예약률이 130% 증가했다. 상황은 일반 웨딩홀도 마찬가지다. 서울 지역 웨딩홀 대부분은 12월부터 2월까지의 결혼식 예약이 지난해보다 최소 2~3배 이상 증가했다. 노보텔 홍보팀의 이정화 대리는 “흑룡띠에 태어난 아이는 신성한 기운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예식 비수기인 겨울조차도 호텔 예식장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매우 증가했다.”고 밝혔다.

'황금돼지해'였던 2007년에도 좋은 기운으로 불리는 해에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예비 엄마 아빠들이 결혼을 서둘렀고, 실제로 그해 출산아 수는 49만 7천명이었다. 이는 최저출산을 기록한 2005년에 비해 무려 5만 9천명이 증가한 수치다.

흑룡의 좋은 기운을 받아 아기를 낳고자 하는 엄마 아빠들로 인해 산부인과는 물론 유아 및 신생아 용품 매출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화점은 예비엄마들을 위한 기획전을 열어 유아용품을 20~30% 할인하는 이벤트도 시행 중이다.

용은 상서로운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용이 그려진 제품은 성공과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속설이 있어 용을 도입한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서울 용산의 한 대형마트 와인매장에서 용 그림이 그려진 와인을 고르고 있는 이현숙(관악구)씨를 만났다. “개인적으로 내가 용띠이기도 하고, 용과 함께 기분이 승천하고 업그레이드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용 그림의 와인에 눈이 확 간다”며 구매의사를 밝혔다.

해당 와인 생산 업체인 LG상사 마케팅팀의 이지민 대리는 “용 와인은 식객으로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이 용을 직접 그리고 신년 기념 메시지를 써넣은 레이블이 특징이다. 예전 호랑이 와인을 전량 판매했던 거처럼 올해도 용 와인이 출시되고 2주 만에 벌써 7천병이 판매되었다.”고 올해도 전량 판매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12간지 동물을 소재로 한 그림으로 접시를 디자인해온 한국도자기는 용띠 해를 맞아 故앙드레김이 디자인한 용무늬를 넣어 달력접시를 만들었다.

한국도자기 홍보실의 박소현씨는 “달력접시는 일반 달력과는 다르게 해당 연도에는 달력으로 사용하다 그 해가 지나면 접시로 쓸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은 제품이다. 매년 12간지를 소재로 동물을 의인화 한 것부터 민화까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올해는 특히 60년 만에 한 번 뿐인 흑룡의 띠를 맞이해서 더욱더 찾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용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용띠 고객 마케팅’도 늘고 있다.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울렛은 2012년 1월 한 달 간 여주와 파주 아울렛을 방문하는 용띠 고객에게 1일 7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만 발급되던 VIP 쿠폰북을 무료 증정하는 이벤트를 시행 중이다.

노보텔 레스토랑은 52년생 흑룡띠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용띠 손님에게는 당사자에 한해 50% 할인을 해주고, 흑룡띠 고객에게는 무료로 식사도 제공한다. 노보텔 조동명 매니저는 “띠에 맞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경제 효과나 매출 증진 효과 보다는 호텔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도록 하는 부수적인 이미지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말한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도 임진년을 맞아 특별 기획된 순도 99.99%의‘흑룡 은괴’를 단독 판매한다. 또한 승천하는 흑룡과 여의주 등을 주제로 조중일 화가가 그린 ‘행운의 황금 흑룡 지폐’도 출시 예정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용과 블랙을 결합한 흑미, 흑초김 등 블랙푸드와 검은 색상의 의류, 가전제품 등이 인기를 모을 것”이라고 블랙 마케팅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황금돼지의 해나 백호의 해를 맞아 소비량이 급증한 것처럼 ‘2012년 흑룡의 해’ 역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를 이용한 상술이라는 것이다.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해마다 반복되는 띠 마케팅에 대해 “황금 돼지띠나 흑룡의 해를 그런 식으로 풀이하는 근거는 없다고 본다. 미신적인 사상을 대중에게 심어 상술로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며 기업들이 만든 특별한 날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60년 만에 돌아온 임진년, 흑룡띠의 해를 맞아 기업체들의 다양한 프로모션과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과도한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다양한 마케팅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현명한 소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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