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실장이 성장정책의 설계도를 그렸다면 후임 정책실장은 그 위에 공장을 세워야 한다. 새 정책실장 인선은 이재명 정부가 더 많은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가 아니라 이미 내놓은 정책을 실제 투자와 일자리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가르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김 전 실장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에서 경제정책의 설계자 역할을 맡았다. 첨단산업과 재정, 금융, 부동산 정책을 폭넓게 조율했고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축으로 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정부의 성장 구상은 이제 발표 단계를 넘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면 예산만 확보해서는 부족하다. 대규모 전력과 산업용수, 부지, 송전망을 확보하고 환경·건축 인허가까지 동시에 풀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뿐 아니라 실제 돈을 투자할 민간기업의 일정도 맞춰야 한다.
과거 민주당 정권에서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한 관계자는 “어느 한 단계에서 차질이 생기면 전체 사업이 수년씩 지연될 수 있다”면서 “후임 정책실장에게 거대한 정책 담론보다 프로젝트별 진척 상황을 관리하고 막힌 지점을 풀어내는 능력이 요구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정부가 투입한 예산에서 민간투자 유치액과 인허가 단축 기간, 실제 착공 시점과 일자리 창출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돈이 돌고 국민이 체감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 2기 정책실의 과제인 셈이다.
이런 기준에서 김 장관은 후임 정책실장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김 장관은 산업 관료로만 분류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기획재정부에서 경제분석과장과 종합정책과장, 정책기획관 등을 지내며 거시경제 분석과 경제정책 조정 업무를 경험했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기업 현장을 거쳐 산업부 장관으로 복귀해 관료와 기업 양쪽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산업 프로젝트의 집행력을 갖추면서 경제정책 전반을 조망할 수 있는 후보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김 실장이 이재명 노믹스를 설계했다면 이제는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인물이 필요할 것”이라며 “거시와 산업, 정책 조정까지 두루 경험한 인물로는 김 장관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산업부 장관으로 3대 메가 프로젝트와 5극3특 성장엔진 등 정부의 핵심 산업정책을 주도해왔다. 대미 투자 협상과 에너지·통상 현안을 다루면서 기업과 관계부처를 조율한 경험도 쌓았다.
그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산업부가 ‘디벨로퍼(개발자)’와 ‘코디네이터(조정자)’, ‘퍼실리테이터(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반도체 공장 건설에 필요한 전력·용수·입지를 하나의 사업으로 묶고 산업부가 기업 투자를 밀착 지원하는 ‘투자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김 장관은 성남·경기 시절부터 이 대통령과 함께한 전통적인 측근은 아니다. 다만 정부 출범 이후 핵심 산업·통상 현안을 맡아 성과를 내면서 대통령의 신임을 쌓은 실무형 인사로 분류된다. 그가 정책실장에 기용된다면 오랜 인연보다 집행 능력을 중시한 인사라는 의미가 부각될 수 있다.
정책실의 운영 방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실장 체제의 정책실이 재정·금융·산업을 아우르는 ‘경제정책 설계실’이었다면 김 장관 체제에서는 핵심 사업의 일정과 실적을 관리하는 ‘국가 프로젝트 상황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다만 최근 경력의 무게중심이 거시경제와 산업·에너지 정책에 있는 만큼, 세제와 금융감독·자본시장, 부동산 정책을 직접 지휘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 부동산 문제를 수습하고 레버리지 ETF 논란으로 흔들린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이형일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거시경제와 재정·세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고 김 장관이 정책실장으로서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기업 투자, 부처 간 인허가 조정에 집중하는 구도가 거론된다. 김 장관이 모든 경제 현안을 직접 장악하기보다 내각에 권한을 주면서 부처 단위에서 풀기 어려운 사업의 병목을 해결해야 집행형 정책실장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김 장관 외 후임 정책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을 여럿 있다.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김 장관과 함께 집행형 후보군으로 꼽힌다. 예산 편성과 재정관리, 정책조정 업무를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로 부처별 사업을 예산과 일정에 맞춰 관리하고 범정부 현안을 조율하는 데 강점이 있다.
정책 내용을 새로 설계하기보다 부처별 책임자를 정하고 사업 진척 상황을 관리하는 ‘조정형 집행자’에 가깝다. 다만 지난 7월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부담이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주택공급 등 민생 현장 집행을 직접 챙기는 상황에서 국무조정실장을 교체하면 총리실의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
|
|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약점이다. 김 전 실장이 제도 도입을 강하게 주도했더라도 금융상품의 구조와 위험성, 투자자 보호 대책을 검토하고 시행한 금융당국 수뇌부로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당국 내부에 신중론이 있었다면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정책실의 요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이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과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낸 거시경제·금융정책 전문가다. 경제 전반을 안정적으로 조율하고 금융시장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지만, 그를 후임 정책실장으로 기용하면 정책 쇄신보다 김 전 실장 체제의 연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






![김무성 “박근혜, 이명박과 만나고 유승민과도 화해해야” [특별인터뷰]](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0200191t.jpg)
![[단독]“최고층동 10% 내외로만”…市 가이드라인에 목동 재건축 '고심'](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0200085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