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만난 박다운(38·남)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박씨는 바닥 곳곳의 담배꽁초와 침 자국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담배꽁초 가득한 구역을 벗어나기 위해 반려견 목줄을 잡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날씨까지 따뜻해지면서 한강공원은 나들이객으로 붐비고 있다. 19일 이데일리가 방문한 여의도 한강공원은 삼삼오오 모여 한강 바람을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다만 곳곳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와 담배 냄새로 비흡연자들은 흡연자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흡연자들은 이들의 눈치를 보며 서둘러 흡연을 마치고 제 갈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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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은 금연구역도, 흡연구역도 아닌 탓에 흡연으로 인한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만난 일부 시민은 화장실 앞, 안내소 뒤, 공원 내 주차장, 풀숲 등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흡연을 마친 이들은 담배꽁초를 버릴 곳을 찾다가 그대로 땅에 버리고 사라졌다.
흡연자들은 금연 구역이 아님에도 눈치가 보여 흡연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불편하다고 토로한다. 여자친구와 한강공원에 방문한 정모(23·남)씨는 “한강공원에서 담배를 필 곳이 없어 한참 걸어나와 주차장에서 흡연을 한다”며 “담배를 피는 건 합법이지만 눈치가 보여 마음 놓고 필 수 있는 여기가 낫다”고 말했다. 오모(26·남)씨는 “담배가 너무 피고 싶어 흡연할 공간을 찾아다녔다”며 “왜 한강공원에 흡연구역이 따로 없는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었다.
하지만 비흡연자는 흡연자들로 인한 불만이 크다. 특히 흡연자들이 흡연구역을 찾다가 인근 아파트에서 피우는 경우도 있어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한다.실제로 한강공원 인근 A아파트의 경우 한강공원 나들이객의 출입과 흡연을 통제하고 있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한강을 이용한 나들이객이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고 꽁초를 버리고 간다”며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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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015년부터 한강공원 금연구역 지정과 흡연구역 설치를 논의해 왔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금연환경 조성 및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 등에 따르면 하천 연변의 보행자길에는 금연구역 지정 및 흡연구역 설치가 가능하다. 다만 한강공원은 보행자길이 아닌 녹지공간으로 지정돼 이 조례의 직접적 적용이 힘들다. 이런 경우엔 서울특별시장의 지정으로 한강공원 내 금연구역 지정 및 흡연구역 설치가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공원은 금연구역이 아닌 상황임에도 대부분 시민은 흡연을 자제하고 있다”며 “흡연이 이뤄지는 경우 한강보안관을 통해 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연구역 지정 및 흡연구역 설치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랫동안 이에 대한 내부적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강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곳곳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병수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전 회장은 “한강공원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 오히려 흡연자들이 길가에 몰래 꽁초를 버리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흡연구역을 일정한 구역마다 설치하는 것이 관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