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환경부는 4대강 조사·평가단이 발표한 ‘금강·영상강 등 11개 보 개방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자료를 두고 상반된 해석이 나왔다.
이를 본 한 고등학생이 메일을 통해 기자에게 왜 기사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독자로서 매우 혼란스러워 후속기사나 설명을 해줄 수 있는지 부탁해왔다.
녹조가 감소하고 희귀종이 되돌아왔다는 기사와 보 개방 후 수질이 최대 40% 악화됐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기사로 갈린다. 두 기사 모두 보 개방 효과를 일부만 발췌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잘 작성된 기사라 보기 힘들다. 이 점에서는 같은 오류를 범했다.
이에 오류를 바로잡고 나아가 수질이 악화됐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데도 간과하고 놓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상반된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 의견과 강수량 등 관련 데이터 추가검증 등을 통해 후속기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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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마다 주장은 다르다. 이에 해당 지표와 보 개방간의 경향성을 인정할만한지, 수치가 발췌·왜곡되지 않았는지를 중심으로만 살펴봤다.
결론적으로 BOD, TP, 녹조 수치 경향성은 보 개방과의 상관성은 나타났다. 다만 BOD나 TP 등 수질지표는 상류 등 외부효과의 개입 영향이 큰 반면, 녹조는 강수량 등 외부효과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보 개방이 수질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환경부의 주장에 보다 힘이 실린 모습이다.
◇수질 평가 대표적 지표로 보니…
우선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와 TP(총인·Total Phosphorus) 등 논란은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아직은 가장 대표적인 수질 지표부터 살펴본다. 이는 “정부가 보 개방에 따른 수질 악화를 인정했다”고 해석한 기사가 주로 인용한 수치다.
전체적으로 놓고보면 해당 지표는 악화했다. 금강 공주보와 백제보의 TP 수치는 보 개방 이전(2013~2016년)에 비해 각각 29%씩 치솟았고, 세종보에서도 TP값이 12% 올라갔다. 영산강에서도 승촌보와 죽산보가 TP는 12~13% 증가, BOD는 22~36% 높아졌다. 지표만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수질이 악화한 것이다. 반면 수위 조절 등을 이유로 보 개방 실적이 미미했던 낙동강 중·하류 부분개방 보 구간은 BOD, TP 농도가 감소했다.
다만 환경부는 이를 보 개방과의 연관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자료 원문이다. “보 구간의 유기물과 영양염류 등과 같은 수질 지표(BOD, TP 등)는 보 별·항목별로 보 개방 전·후 변화가 일률적이지 않으며, 강수량 변화, 상류 유입지류 오염물질 증·감 등의 영향을 주로 받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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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또 해당 보도에 대해 추가 설명자료를 내놓고 “2020년 한해만 보면 금강의 유기물·영양물질 추이가 대부분 개선했음에도 이를 보 개방 영향으로 분석하지 않았다”며 “보 개방으로 수질 개선을 확인했음”이라며 수질 악화론을 정면 반박했다.
BOD와 TP 농도는 외부효과가 큰 지표라는 주장이다. 수치 악화는 상류에서 흘러온 영향이 크다고 봤다. 앞서 2014년 9월 박근혜 정부 당시 조사에서도 수질과 보 개방의 상관성은 외부효과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강 보 구간 경우에 대해선 “보 개방 전·후 유기물·영양염류 등의 변화는 같은 기간 미호천 등 상류의 유입 농도 증·감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고 했고 낙동강 농도 감소와 관련해선 “금호강에서 유입되는 농도가 각각 평균 28%, 39%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어떻게 해석할까. 수질악화와 수질개선 과정으로 맞섰다. 대표적 4대강 찬성론자인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보를 개방하면서 바닥에 가라앉았던 TP 등이 올라와 수질이 악화된 것이고, 보에 가둬두면 오염물질은 가라앉고 분해해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송미영 경기연구원 연구부원장은 “보 개방으로 물이 흐르면서 쌓였던 오염 물질이 일시적으로 농도가 높아진 것”이라며 “오염물질이 퇴적물로 쌓이면 썩고 벌이 돼 저층빈산소 현상이 나타난다. 장기적으로 침전물들이 쓸려내려가고 생태계가 복원되면 수질은 깨끗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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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이후 가장 논란이 됐던 환경피해 사례 중 하나인 녹조(유해남조류) 역시 전체적으로 경향성이 나타났다. 수질 개선론을 지지하는 주된 근거다.
개방 폭이 컸던 금강, 영산강 보를 중심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2019년을 보면 금강, 영산강에서 녹조가 보 개방 전과 비교할 때 95% 이상 감소했다. 2019년은 예년(2013~2017년)과 유사한 기상 조건을 나타냈다.
그러나 4대강 반대론자들은 “2019년 강수량이 2018년보다 많았다”며 이를 보 개방의 영향이라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2018년과 2019년 해당 지역 7~8월 강수량을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공개된 값으로 비교해봤다. 결론적으로 2019년 녹조 감소를 강수량 영향으로 설명하기엔 힘들어 보인다.
금강, 영산강이 흐르는 대전과 광주, 낙동강이 흐르는 경북 구미, 상주, 경남 합천 등의 7~8월 강수량을 비교해 본 결과, 2018년 강수량이 2019년 여름보다 1.6배 많았다. 비가 오히려 적게 내렸음에도 녹조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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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대해 조사단은 “7월 짧은 장마 이후 폭염으로 녹조가 크게 확대했다”고 설명하면서 “보 개방 폭이 큰 공주보·승촌보는 그나마 나았다”고 반박했다. 실제 2018년 여름(6~9월) 평균 기온은 예년에 비해 1도 가량 높았다.
나아가 기온 및 강수량의 악조건에서도 보 개방에 따른 녹조현상 감소를 증명하는 사례를 추가로 제시하기도 했다. 민중혁 환경부 4대강조사단 모니터링팀 연구원은 “낙동강에서 2019년 수치가 악화된 건 7월 녹조가 이례적으로(녹조는 통상 6, 8월 발생) 크게 발생했기 때문으로, 이는 강수량이 적은 상태에서 수온이 오르면서 영양염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같은 해 7월 완전 개방했던 금강과 영산강에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미영 경기연구원 연구부원장은 “녹조는 개방한 모든 보에서 뚜렷한 경향성이 나타난다. 퇴적된 오염물을 없애려 약품을 써 청소를 하면 저층 생태는 청소하는 동안 살 수 없다”며 “4대강 재자연화는 수질뿐만 아니라 생태, 다양성 등 자연화 측면에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다양한 지표를 놓고 종합적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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