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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프랑스 증시에선 은행주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최대 대출 기관인 BNP파리바SA는 3%, 소시에테제네랄SA는 4.4%, 크레디트아그리콜SA는 2.8% 빠졌다. 프랑스 은행주들의 낙폭은 유럽 금융주를 통틀어 가장 컸다.
프랑스 채권 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프랑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대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인 독일 10년물 국채와 금리 격차는 86.25bp(1bp=0.01%포인트)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는 2012년 7월 이후 최대 격차라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 9월 초 겨우 출범한 미셸 바르니에 내각이 다시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금융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바르니에 내각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대기업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를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을 내놨으나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내각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 나설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정국 불안은 지난 20일 극우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원내대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르펜 원내대표는 “프랑스 국민의 구매력을 훼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 선을 넘으면 내각 불신임안에 찬성할 것”이라며 바르니에 총리를 압박했다.
바르니에 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지난 26일 정부의 예산안 강행 채택을 가능케 하는 헌법 49조3항의 규정을 적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는 세력이 없는 이상 그렇게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총리는 국회 투표를 거치지 않고 예산안을 채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나 야당 동의 없이 예산안을 채택하게 되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내각 불신임안 통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각은 총사퇴하고 예산안도 폐기된다.
프랑스 정국이 다시 격랑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 시장의 변동성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예산안 없이도 정부가 기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반복되는 정치 불안은 프랑스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니콜라스 시마르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수석 주식 펀드 매니저는 “은행주는 프랑스와 독일 채권 간의 스프레드 상승에 가장 민감한 섹터로, 유틸리티 및 통신 기업도 마찬가지”라며 “현재로서는 프랑스 금융주를 대량으로 매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심 다메 알리안츠 트레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연내 예산안 부결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하면 양국 10년물 국채의 금리 격차는 110bp 정도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