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장중 4.9915%까지 상승했다. 30년물도 지난주 5.3%대로 올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중동발 원유 공급 불안과 예상보다 강한 물가 지표가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을 강화하면서 장기채 가격을 끌어내렸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문제는 연준의 정책만으로 지금의 장기금리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10년물 금리에는 앞으로 단기금리 경로에 대한 예상과 함께 돈을 장기간 묶어두는 위험에 대한 보상을 반영한다. 이를 ‘기간 프리미엄’이라고 하는데 물가와 재정, 채권 수급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는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
대표적인 압박 요인은 ‘재정적자’다. 미국 연방정부 총부채는 40조달러(약 5경3800조원)를 넘어섰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 3일 로이터 행사에서 “미국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달한다”며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수록 시장이 소화해야 할 물량도 늘어난다. 수요가 충분히 따라오지 않으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는 오른다.
여기에 AI 투자라는 새로운 자금 수요가 가세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빅테크가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BNP파리바 집계에 따르면 AI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8월 10일까지 2200억달러(약 296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5억달러의 17.6배에 달했다.
정부는 적자를 메우려고, 기업은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려고 동시에 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으는 상황이다. 월러 이사도 “AI 인프라 투자가 자본을 놓고 경쟁하면서 금리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회사채 발행 증가가 곧바로 같은 폭의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자 가능한 자금보다 정부와 기업의 조달 수요가 빠르게 늘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AI 투자 확대가 성장 기대를 높이는 동시에 경제 전체의 자금 조달 비용에도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 국채가 누려온 ‘안전자산 프리미엄’의 변화도 주목된다. 투자자는 미 국채의 안전성과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유동성을 인정해 낮은 수익률도 받아들여 왔다. 이 혜택이 줄면 미국 정부 역시 이전보다 높은 이자를 줘야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월러 이사는 이러한 프리미엄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중립금리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부양하지도 억누르지도 않는 금리 수준이다. 직접 관측할 수 없어 상승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과거에 높다고 여겼던 금리가 경제를 제약하는 정도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무부의 국채 되사들이기(바이백) 확대도 상승 압력을 잠재우지 못했다. 재무부는 지난 10일 잔존만기 10~20년 국채의 매입 한도를 기존의 세 배인 60억달러(약 8조6300억원)로 늘려 실제 51억90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10년물 금리는 상승했다. 바이백은 거래가 뜸한 국채를 사들여 시장의 유동성을 개선하는 수단이다. 그 자체로 재정적자를 줄이거나 정부의 전체 차입 수요를 없애지는 않는다. 거래를 원활하게 만드는 조치만으로 물가와 국채 공급에서 비롯된 금리 상승 압력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월가선 “美 차입비용 여전히 낮아”
월가에서는 현재 금리조차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헤지펀드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최근 투자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미국의 차입비용이 여전히 다소 낮다”고 평가했다. 장기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과 기업의 조달금리에 부담을 주고 주식의 가치 평가에도 압력을 가한다. 채권시장이 마주한 문제는 10년물 금리의 5% 돌파 여부만이 아니다. 연준의 긴축 전망에 재정 부담과 민간 투자 수요까지 겹치면서 이미 높아진 금리가 쉽게 내려오기 어려운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1300767.jpg)





![‘칠천피' 찍고 밀린 코스피…반도체 주도력 시험대[주간증시전망]](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1300223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