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식(58·사법연수원 20기·사진) 서울고검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을 통해 “최선을 다한 일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처신하되 그 비판에 대해서는 세상을 원망하지 말고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당부했다.
윤석열(59·23기) 차기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3년 선배인 박 고검장은 지난 8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구 출신 박 고검장은 경북고와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1991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검찰청 중수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3차장, 대검 반부패부장 등을 맡았다. 지난 2008년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BBK 의혹’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에 파견됐다.
박 고검장은 이날 퇴임 인사에서 “1991년 3월 서울지검 남부지청 초임검사로 발령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8년 4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며 “부족한 저를 지금까지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신 선후배, 동료검사님들을 비롯한 수사관님들, 실무관님들, 이외 묵묵히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주신 많은 검찰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한없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분들이었다”면서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처럼 검찰가족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새기면서 여러분들과 함께 했던 귀한 경험들을 가슴깊이 간직하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 고검장은 “책인지심 책기 서기지심 서인(責人之心責己恕己之心恕人)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기를 꾸짖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는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살아가면서 계속 실천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고검장은 지난 5월 신임 검찰총장 추천 대상자로 천거되기도 했지만 스스로 인사검증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고검장은 “혹시라도 그간의 업무집행 과정 등에서 제가 옳다고 생각해 행했지만 다른 구성원들에게 오히려 불편을 주지는 않았는지 걱정도 된다”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저는 조직을 떠나더라도 우리 검찰이 현재의 어려운 과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해 국민을 위한 검찰로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많은 응원을 하겠다”고 퇴임사를 마쳤다.
전날 사퇴 의사를 밝힌 윤웅걸(53·21기) 전주지검장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17일 윤 차기 총장 지명 뒤 검찰을 떠나는 검사장급 이상 간부는 지금까지 9명이다. 이날 퇴임식을 가진 박 고검장은 물론 윤 지검장과 함께 봉욱(54·19기) 대검 차장, 송인택(56·21기) 울산지검장, 김호철(52·20기) 대구고검장, 정병하(59·18기) 대검 감찰본부장, 이금로(54·20기) 수원고검장, 권익환(52·22기) 서울남부지검장, 김기동(55·21기) 부산지검장이 잇달아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