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창의시정의 골자다. 고객인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을 펴겠다는 것이다.
`120 다산콜센터` `천만상상오아시스` 등 오세훈표 히트상품들은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자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정책들이다.
오 시장은 창의시정을 위해 공무원들에게 대고객 마인드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공무원은 파격승진이라는 인센티브를 줬으며 철밥통을 깔고 앉은 공무원은 과감히 내쳤다. 그 결과 서울시 공무원 조직은 전국 광역시 중 청렴도 1위를 차지했다.
◇ 창의시정 아이콘 `120 다산콜센터`
지난 8월10일. 오 시장이 큰 절을 했다. 큰 절을 받은 사람들은 120다산콜센터 신규상담원들. 오 시장은 이날 "120다산콜센터는 시민고객 입장에서 만든 나의 첫 작품"이라며 "힘들 때는 시장이 절하는 모습을 기억하면서 더욱 친절하게 상담해 달라"고 당부했다.
120다산콜센터. 2007년 9월 문을 열었다. 첫 출범 후 2년이 지난 현재 120다산콜센터는 시프트와 함께 서울시정의 핵심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120다산콜센터는 시민 민원 해결 시스템이다. 종전 동사무소나 시청 민원실이 운영하는 ARS민원시스템을 시 차원에서 통합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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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을 시 차원에서 통합 접수한다는 것 외에는 기존 ARS시스템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초기에는 시민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15초 내 상담이 이뤄지는 신속 서비스와 함께 교통·수도·주택건축 뿐만 아니라 전시 및 공연, 무료법률상담, 외국어 상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특수상담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토털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시민들의 시선도 바뀌기 시작했다.
2008년 1월 하루 6760건에 불과하던 상담건수는 지난 8월 현재 하루 2만5384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가 최근 120다산콜센터 출범 2주년에 맞춰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민들의 만족도가 93.8점에 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국내 400여기관, 해외 24개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 대민서비스의 획기적 개선사례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 시민들의 높은 만족도를 유지하는 것이 120다산콜센터의 가장 큰 과제다. 지자체의 민원까지 담당하면서 120다산콜센터가 할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공무원 조직에 칼바람.."변해야 산다"
서울시의 창의시정 중 세간의 주목을 끈 부분이 공무원 퇴출제도다. 오 시장이 공무원 조직에 메스를 가한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펴야 할 공무원들이 조직의 입장에서 일을 해왔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오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무능·불성실한 직원들을 퇴출 공무원 후보로 선정하고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치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철밥통이라고 불릴 정도로 꿈쩍하지 않던 서울시 공무원 조직이 술렁인 것도 이 때부터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시정에 반영된 직원에게는 성과 포인트를 배려했다. 평균 11년이 걸리는 5급 사무관에 6년 5개월 만에 승진한 직원이 나온 것도 이 같은 신인사시스템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의 변화와 함께 시민들의 의견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는 창구도 마련됐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천만상상 오아시스`(oasis.seoul.go.kr)이다. 복지기관 등을 찾아가 기부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한번에 해소한 지하철 교통카드 기부시스템은 시민이 천만상상 오아시스를 통해 제안한 것을 정책으로 만든 것이다.
이 같은 노력 속에 서울시는 16개 광역시, 도 청렴도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고, 85개 공공기관 중 부패방지시책 종합 우수를 받기도 했다.
공무원 조직 변화와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지만 수시로 불거지는 시 공무원 및 자치구청의 금품 비리, 성과 중심의 인사에 따른 조직의 피로감, 내실없는 아이디어 남발 등은 여전히 서울시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 지역별 특성에 맞는 대민서비스
시와 구의 신공동협력시스템 역시 창의시정의 성과물로 평가 받고 있다. 서울시는 고객을 위한 시정 활동을 위해선 자치구와의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고 보고 기존 시스템을 바꾸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우선 시는 소득 수준에 따라 자치구별 재정상태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시 재정이 풍부한 곳은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유도하는 한편 재정이 부족한 곳은 시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13년 만에 자치구 조정교부금 제도를 바꿨고, 전국 최초로 재산세 공동과세를 시행해 재산세 50%를 자치구에 균등 배분했다. 이 같은 제도가 시행되면서 시행 전에 최고 17배 차이가 나던 자치구간 세입격차를 올해 5배 수준으로 낮췄다.
아울러 서울시는 지역별 특성에 맞춰 공무원 조직을 바꾸도록 유도했다. 실례로 기초 생활수급자가 많은 지역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수를 늘리고, 신혼부부가 많은 곳은 육아복지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여기에 인허가가 많은 지역은 관련 업무를 자치구에서 동사무소로 이양해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민들의 행정편의와 공공서비스 강화를 위한 많은 제도와 시스템을 갖춰왔지만,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는 등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 같은 시스템이 조직과 시민 사회에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