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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6일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변호사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고 변호사는 지난 2013년 1월 한 보수단체 신년하례회에서 인사말을 하며 문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당시 행사에서 부산 지역 대표적 학림(學林) 사건인 부림 사건에 대해 “공산주의 운동”이라고 지칭하며 “당시 사건을 변호한 문 대통령도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부림 사건은 지난 1981년 전두환 정권의 공안 당국이 부산에서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등을 영장 없이 체포한 뒤 불법 감금하며 구타 및 고문한 사건이다.
하지만 고 변호사 주장과 달리 문 대통령은 1981년 부림 사건 당시가 아닌 2012년 재심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검찰은 “고 변호사가 문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로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에서의 쟁점은 고 변호사의 발언을 명예훼손 대상이 되지 않는 의견 표명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였다. 그동안 ‘공산주의자’ 표현에 대해선 발언자의 주관적 견해가 담긴 의견인 만큼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였다.
1심은 판례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문 대통령이 부림 사건 변호인이었다는 허위 사실에 기초한 의견 표명이므로 명예훼손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부림 사건 변호인’이라는 점이 허위 사실은 맞지만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준은 아닌 만큼 이에 기초한 의견 표명 역시 명예 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어느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그 개념의 속성상 그가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다”며 “누군가를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했다는 사실만으로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애초 2심 판결이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었다”며 “‘공산주의자’ 정도의 표현마저 처벌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