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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뜨겁고 건조했던 3월, 산불 피해 키웠다

이영민 기자I 2025.04.02 10:00:00

기상청 3월 기후특성 보고서 공개
때늦은 눈 소식과 유달리 건조한 날 지속
고온건조한 강풍 불어 산불 위험환경 조성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는 때늦은 눈발과 고온건조한 바람이 불어 이례적인 날씨가 나타났다. 3월 중순까지 대설이 두 차례 내린 뒤 유달리 뜨겁고 건조한 강풍이 불면서 경상권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가 커지는데 영향을 줬다.

화창한 봄 날씨를 보인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산책로에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사진=연합뉴스)
기상청은 2일 ‘2025년 3월 기후특성’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지난달 이례적인 날씨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7.6도로 평년(6.1도)과 대체로 비슷했지만, 16일부터 나흘간 꽃샘추위가 왔다가 다시 기온이 올랐다. 이번 꽃샘추위는 북극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내려오지 못하게 막는 성층권의 북극 소용돌이가 유럽으로 이동하고, 주변 기압계 흐름이 정체되면서 발생했다. 그 결과 지난달 16일에서 19일까지 평균기온이 15일보다 10도가량 떨어졌다

꽃샘추위가 지난 뒤에는 이상고온과 건조한 기후가 계속돼 산불 피해가 커졌다. 이 시기에 한반도 남쪽에는 이동성고기압이, 북쪽에는 저기압이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에서 발생한 큰 기압 차이 때문에 고온건조한 서풍이 국내로 유입됐다. 여기에 낮 동안 햇볕이 더해지면서 경남 산청의 산불이 시작된 3월 21일부터 기온이 크게 올랐다.

그 결과 3월 하순 62개 관측 지점 중 37개 지점에서 3월 하루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하는 등 이상고온이 이어졌다. 상대습도도 평년(59%)보다 낮은 날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달 21∼26일 전국 평균기온은 14.2도로 역대 가장 높았고,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상대습도가 평년 대비 15% 포인트 이상 낮아 산불 발생과 확산이 쉬운 기상 조건이 형성됐다.

산불 발생 당시에는 우리나라로 내려온 찬 공기가 지난달 25일 낮 동안 산불에 의해 가열된 지상 공기와 만나면서 매우 강한 바람과 돌풍이 발생했다. 이 일로 경북 영덕과 안동, 의성 등 일부 지역은 하루 최대순간풍속이 3월 극값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날 천리안 기상위성에는 강한 서풍을 따라 산불이 동쪽으로 확산하는 현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처럼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3월 중순까지 눈이 내리면서 3월 전국 강수량(48.3㎜)은 평년(56.5㎜) 대비 89.3% 수준을 기록했다. 3월 전국의 눈 평균일수(4.4일)는 역대 세 번째로 가장 길었고, 내린 눈의 양은 6.8cm로 평년(3.8cm)보다 많았다. 지난달 15일~18일에는 북극 상층의 찬 공기를 동반한 강한 저기압으로 말미암아 중부지방과 전라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 앞서 3월에 눈 평균일수가 가장 긴 해는 1984년(6.7일)이었다.

반면 산불이 발생한 지난달 21∼26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이후에도 27∼29일에 3mm 내외의 적은 강수만 내렸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올해 3월은 중순까지 뒤늦게 많은 눈이 내렸지만 하순에는 이례적인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대형 산불로 큰 피해와 어려움을 겪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경험하지 못한 날씨를 직면하고 있는 만큼, 기상청은 단기간에 급격히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을 면밀히 감시해 기상재해로부터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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