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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지난 뒤에는 이상고온과 건조한 기후가 계속돼 산불 피해가 커졌다. 이 시기에 한반도 남쪽에는 이동성고기압이, 북쪽에는 저기압이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에서 발생한 큰 기압 차이 때문에 고온건조한 서풍이 국내로 유입됐다. 여기에 낮 동안 햇볕이 더해지면서 경남 산청의 산불이 시작된 3월 21일부터 기온이 크게 올랐다.
그 결과 3월 하순 62개 관측 지점 중 37개 지점에서 3월 하루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하는 등 이상고온이 이어졌다. 상대습도도 평년(59%)보다 낮은 날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달 21∼26일 전국 평균기온은 14.2도로 역대 가장 높았고,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상대습도가 평년 대비 15% 포인트 이상 낮아 산불 발생과 확산이 쉬운 기상 조건이 형성됐다.
산불 발생 당시에는 우리나라로 내려온 찬 공기가 지난달 25일 낮 동안 산불에 의해 가열된 지상 공기와 만나면서 매우 강한 바람과 돌풍이 발생했다. 이 일로 경북 영덕과 안동, 의성 등 일부 지역은 하루 최대순간풍속이 3월 극값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날 천리안 기상위성에는 강한 서풍을 따라 산불이 동쪽으로 확산하는 현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처럼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3월 중순까지 눈이 내리면서 3월 전국 강수량(48.3㎜)은 평년(56.5㎜) 대비 89.3% 수준을 기록했다. 3월 전국의 눈 평균일수(4.4일)는 역대 세 번째로 가장 길었고, 내린 눈의 양은 6.8cm로 평년(3.8cm)보다 많았다. 지난달 15일~18일에는 북극 상층의 찬 공기를 동반한 강한 저기압으로 말미암아 중부지방과 전라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 앞서 3월에 눈 평균일수가 가장 긴 해는 1984년(6.7일)이었다.
반면 산불이 발생한 지난달 21∼26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이후에도 27∼29일에 3mm 내외의 적은 강수만 내렸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올해 3월은 중순까지 뒤늦게 많은 눈이 내렸지만 하순에는 이례적인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대형 산불로 큰 피해와 어려움을 겪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경험하지 못한 날씨를 직면하고 있는 만큼, 기상청은 단기간에 급격히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을 면밀히 감시해 기상재해로부터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