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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모의 혐의로 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전역 후 차린 것으로 알려진 경기 안산시의 점집엔 ‘사단법인 대한경신연합회 안산지부 소속 모범 무속인 보존위원’이란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경신연합회 측은 지난 27일 안산지부가 노 전 사령관이 전역한 2019년 이전에 사라졌다며 선을 그었다. 대한경신연합회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은) 협회에 등록되지 않았다”며 “신 내림과 사업자등록 여부도 알 수 없다”고 재차 말했다.
노 전 사령관처럼 사업자등록 여부가 불투명한 무속인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25년 운세’를 검색하자 운세풀이와 함께 예약을 안내하는 게시물이 연이어 등장했다. 무작위로 10곳에 예약을 문의했을 때 카드결제를 받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 무속인들은 “예약제이기 때문에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받는다”며 1회당 10만원 내외의 복채를 요구했다. 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문의했을 때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2곳뿐이었다. 한 여성 무속인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서 카드와 (현금)영수증은 안된다”고 말했고 다른 남성 무속인은 “상담하면서 영수증을 물어본 사람은 처음 본다”며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대한경신연합회의 이성재 이사장은 “협회에 가입된 회원은 약 16만 명이고 가입을 하지 않은 사람까지 고려하면 국내 무속인은 30만 명가량으로 예상한다”며 “이들의 30% 정도는 사업자등록을 했지만 나머지는 무속이 암묵적으로 민속종교로 인정돼온 부분이 있어 가입하지 않곤 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정부가 종교단체인지, 아닌지를 인정하거나 분류할 근거가 없다”며 “무속인의 과세는 세법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자등록은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사업자를 정부의 대장에 수록하는 행위이다. 부가가치세법상 신규 사업자는 사업장마다 사업개시일부터 20일 안에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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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영업 행위가 탈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득세법은 영리를 위한 지속적·반복적 활동으로 수입을 얻으면 사업소득으로 인정한다. 직업으로써 점술은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930909)’으로 분류되고 국세청의 과세를 위한 사업자등록 대상에 포함된다. 만약 대상자가 신청 기간 안에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소득신고에서 누락돼 가산세가 적용될 수 있다. 아울러 이들은 부가가치세 시행령 제42조에 따라 사업만을 위한 물적 공간을 두거나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부가가치세가 적용된다. 소비자의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절하거나 카드결제에 반대하며 이중가격을 요구하면 여신금융전문업법에 저촉돼 국세청에 신고될 수 있다.
세법에는 무속인의 사업자등록과 과세기준이 명시돼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 분야는 납세 의식이 아직 낮은 실정”이라며 “이용자가 문제를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현장을 점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인식을 높이고 이 분야(점술)에 대한 세금도 양성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법 전문가들은 과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이를 위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사업자등록을 안 하면 과세가 불가능하고, 현금결제는 소득 기록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파악이 어렵다”며 “이런 애로가 과세관청에 있고 세법이 복잡해 당사자들이 잘 모르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계 자체에 대한 현황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시설 없이 영업하는 이들도 있어 파악이 쉽지 않겠지만 기초자료가 있어야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