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아 무속인 찾는 사람들…납세 관리는 `구멍`

이영민 기자I 2024.12.30 14:14:18

유튜브·SNS 신년 운세 풀이 및 광고 줄지어
점술 수요 높지만 카드·현금영수증 거부 빈번
납세 인식 낮아 사업자등록·과세 피하기도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새해를 맞이해 내년 자신의 운세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몰리는 이맘때쯤이 무속인들에겐 ‘성수기’다. 이를 통해 상당한 소득을 거두는 무속인들도 많지만 상당수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고 현금 결제를 고수하는 방식으로 세정당국의 눈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초 현황자료부터 만들어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 1층에 위치한 노 전 사령관이 함께 운영했던 곳으로 지목된 점집의 모습.(사진=뉴스1)
◇개인 상담 1회당 10만원…깜깜이로 이뤄지는 무속인 과세

계엄 모의 혐의로 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전역 후 차린 것으로 알려진 경기 안산시의 점집엔 ‘사단법인 대한경신연합회 안산지부 소속 모범 무속인 보존위원’이란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경신연합회 측은 지난 27일 안산지부가 노 전 사령관이 전역한 2019년 이전에 사라졌다며 선을 그었다. 대한경신연합회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은) 협회에 등록되지 않았다”며 “신 내림과 사업자등록 여부도 알 수 없다”고 재차 말했다.

노 전 사령관처럼 사업자등록 여부가 불투명한 무속인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25년 운세’를 검색하자 운세풀이와 함께 예약을 안내하는 게시물이 연이어 등장했다. 무작위로 10곳에 예약을 문의했을 때 카드결제를 받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 무속인들은 “예약제이기 때문에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받는다”며 1회당 10만원 내외의 복채를 요구했다. 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문의했을 때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2곳뿐이었다. 한 여성 무속인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서 카드와 (현금)영수증은 안된다”고 말했고 다른 남성 무속인은 “상담하면서 영수증을 물어본 사람은 처음 본다”며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대한경신연합회의 이성재 이사장은 “협회에 가입된 회원은 약 16만 명이고 가입을 하지 않은 사람까지 고려하면 국내 무속인은 30만 명가량으로 예상한다”며 “이들의 30% 정도는 사업자등록을 했지만 나머지는 무속이 암묵적으로 민속종교로 인정돼온 부분이 있어 가입하지 않곤 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정부가 종교단체인지, 아닌지를 인정하거나 분류할 근거가 없다”며 “무속인의 과세는 세법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자등록은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사업자를 정부의 대장에 수록하는 행위이다. 부가가치세법상 신규 사업자는 사업장마다 사업개시일부터 20일 안에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무속인도 사업자등록·소득세 대상…현금영수증 거부도 불법 인정

문제는 이 같은 영업 행위가 탈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득세법은 영리를 위한 지속적·반복적 활동으로 수입을 얻으면 사업소득으로 인정한다. 직업으로써 점술은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930909)’으로 분류되고 국세청의 과세를 위한 사업자등록 대상에 포함된다. 만약 대상자가 신청 기간 안에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소득신고에서 누락돼 가산세가 적용될 수 있다. 아울러 이들은 부가가치세 시행령 제42조에 따라 사업만을 위한 물적 공간을 두거나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부가가치세가 적용된다. 소비자의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절하거나 카드결제에 반대하며 이중가격을 요구하면 여신금융전문업법에 저촉돼 국세청에 신고될 수 있다.

세법에는 무속인의 사업자등록과 과세기준이 명시돼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 분야는 납세 의식이 아직 낮은 실정”이라며 “이용자가 문제를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현장을 점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인식을 높이고 이 분야(점술)에 대한 세금도 양성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법 전문가들은 과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이를 위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사업자등록을 안 하면 과세가 불가능하고, 현금결제는 소득 기록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파악이 어렵다”며 “이런 애로가 과세관청에 있고 세법이 복잡해 당사자들이 잘 모르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계 자체에 대한 현황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시설 없이 영업하는 이들도 있어 파악이 쉽지 않겠지만 기초자료가 있어야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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