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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소공동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세계 수면의 날 심포지엄에서 전진선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2004년부터 2019년까지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를 분석해 ‘최근 한국인의 수면동향’을 발표했다.
2004년 6시간50분 (411.1분) 이었던 평균 수면시간은 2019년 7시간15분 (434.5분)으로 대략 24분 이상 증가했다. 무엇보다 2009년 이후부터 7시간 이상 수면을 하는 한국인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수면시간의 증가는 대부분 주말 수면시간 증가가 반영된 결과였다. 주중에는 7시간 정도 잠을 자지만, 주말에 8시간(61분) 정도 몰아 자는 경향이 커지며 수면 총량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인의 주중 평균 취침시간은 오후 11시45분으로 지난 15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기상은 오전 7시8분이었다.
전진선 한림대 교수는 “한국인의 총 수면시간이 늘고 있는 건 좋은 추세지만, 주말에 따라잡기 수면을 하는 건 대사성 질환과 당뇨 등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중 수면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근 시간 조정이 불가능하니 수면직전 어떤 활동하는지 파악해서 주중 수면시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 등이 필요하다. 개개인도 조금 더 일찍 자려고 노력하는 습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혜리 일산 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인의 뇌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수면’을 주제로 발표했다. 수면 중에는 베타아밀로이드 등 신경독성물질의 청소가 일어나는데, 충분한 잠을 못 자면 독성물질이 쌓여 치매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혜리 교수는 “깊은 수면 중에 새로운 순환계인 글림프 시스템이 수면 중 활성화해 뇌의 독성물질 물청소 효과가 나타난다”며 “밤잠을 방해하는 낮잠을 피하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술도 피해야 한다. 침대에서 TV나 스마트폰 보기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경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이 심혈관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호흡이 일어나지 않는 증상이다. 매일 밤 수면무호흡이 발생해 10년 이상 축적되면 다른 위험인자들과 독립적으로 3배 이상의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진은 기도 양압기를 처방한다. 수면 무호흡증 환자가 잠잘 때 코와 입에 착용하는 기구로 수면 중 상기도 조직의 이완으로 좁아지거나 막힌 기도에 공기를 지속해서 불어넣어 호흡이 계속되게 도와주는 기기다. 하지만 요양기관 입원 시 원내 제공한 양압기가 아닌 경우 요양비 중복 지급으로 건보료 청구가 불가능해 비급여 기준인 8만9000원을 매달 내고 사용하거나, 200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개별 구입해야 한다. 때문에 양압기 사용이 더 필요한 환자들이 비용 문제로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30일 중 4시간 이상 일수가 21일 이상이어야 하는 순응도에 적합해야 양압기 처방이 가능해 경찰 소방관 간호사 등 3교대 교대 근무자나 도로에서 쪽잠을 청하는 대형트럭운전자 등과 같은 특수노동자는 21일 이상 일수 확보가 불가능하다.
황 교수는 “순응도 통과 기준이 획일화돼 처방할 수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정책 당국에서) 의사들의 처방 권한을 여유 있게 살펴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