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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CIO인터뷰)①오성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배장호 기자I 2007.02.06 15:35:56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국내 증시가 연초 수급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자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최근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향후 13년동안 90조원 규모의 초대형 공공주택펀드를 조성 계획을 발표하며 연기금의 적극적인 투자 참여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기금 가입자의 이익 우선의 원칙 뿐만 아니라 `공익`까지 배려해야 하는 이들 연기금들이 올해 어떤 내용의 투자에 나설지 국내 주요 연기금의 자금운용 수장(CIO)을 만나 들어봤다(편집자주)

오성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사진). 그는 한국에서 가장 큰 돈을 굴리는 장본인이다. 18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의 운용 책임자로서 그에게 거는 갖가지 기대들이 있지만, `연금 수익자 이익 우선`을 최고 덕목으로 여기는 그에게는 그저 참고사항일 뿐이다.
요즘 오 본부장의 관심은 `분산과 집중`에 있다.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익률이 낮은 채권에 집중된 자금을 주식, 부동산, 해외부문 등으로 `다변화`해야 하고, 이렇게 다변화된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투자처 다변화와 관련해 오 본부장이 특히 더 주력하는 분야는 `해외투자`다. 그는 "장기적으로 국내 부문과 해외 부문 비중이 50대 50으로 대등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은 선진시장 23곳, 신흥시장 26곳을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주식시장은 국민연금의 주요한 투자처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직접투자 목표..매년 20~30명 파견 연수

이 같은 맥락에서 국민연금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자산운용(CSAM)과 모간스탠리자산운용(MSIM)과 해외투자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국민연금의 현재 능력으로는 해외 직접 투자에는 어려움이 있어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 목표는 국민연금이 해외 현지에서 직접 자금 운용을 하는 것이다. 오 본부장은 "해외 현지에서 직접 자금 운용을 하는 지사 또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합작법인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용인력의 능력과 자질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매년 20~30명의 기금운용인력을 전략적 제휴를 맺은 글로벌 자산운용사에 파견을 보내 현장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 본부장은 "직원의 파견 연수에 대해서는 전략적 제휴과정에서 합의가 됐고, 현재 세부 연수조건 등에 관해 조율 중"이라며 "상반기 중 첫 파견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본부장을 포함한 기금운용본부 인력이 92명, 이중 전문운용인력이 68명인 점을 감안할 때 매년 20~30명 파견은 다소 파격적이다. 오 본부장은 "매년 늘어나는 기금 운용규모와 투자대상 자산 다변화를 위해서는 기금 운용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빠른 시일내에 인력을 현재의 두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1% 추가수익 10년간 내면 연금수명 30년 연장"

오 본부장은 최근 영국 경제의 예를 들며 `자본 수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 경제가 강해진 이유는 기존의 상품 생산에서 탈피해 자본 수출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산업구조가 고도화된 우리나라도 영국과 같은 자본 수출국이 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금 고갈 문제`의 해법을 기금 운용 측면에서 제시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현재보다 연 1%만 끌어올려도 연금 고갈 시기가 3년 더, 10년동안 연 1% 초과수익을 내면 연금 고갈시기가 30년 더 연장될 수 있다"며 "추가 수익 기회를 위해 관리 가능한 범위내의 투자 위험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임대주택펀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펀드 구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펀드 투자수익이 채권과 같이 확정적인(fixed income) 것이라면 장기 국고채 수익률보다 1% 가량을 더 주는 것인데 이 투자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사회책임투자..올해도 1500억 신규 계획

오성근 본부장은 연금이 올해 주식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란 시장의 기대에 대해서는 다소 부담스러워 했다. 직접 표현은 안했지만 기대가 다소 과하다는 뉘앙스다.

오 본부장은 "올해 주가가 하락하면 국내 주식을 더 살 것이지만, 이미 투자하고 있는 주식의 가격이 올라 추가 투자를 하지 않고도 전체 기금자산 내 국내 주식비중이 목표로 한 수치에 도달한다면 단 한주도 안 살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민연금이 목표로 하는 국내주식 투자계획은 `올해말까지 전체 투자자산 중 국내 주식에 대한 비중을 13.6%±3%로 맞추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투자한 사회책임투자(SRI)펀드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오 본부장은 "사회책임투자는 세계적인 추세다.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투자수익률이 30% 더 높다는 통계도 있다"며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SRI펀드 신규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SRI펀드 운용사 3곳을 선정 총 1500억원의 투자자금을 집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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