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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와 심리치유 단체 두리공감이 경찰·검찰·법원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조합원 29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1~25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8%(91명)가 최근 2주 동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거나 자해할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57명은 자살 또는 자해를 생각했다는 빈도가 ‘2주 중 2~6일’, 18명은 ‘2주 중 7~12일’, 16명은 ‘거의 매일’이라고 응답했다.
또 ‘사회심리 스트레스’ 항목에선 전체 응답자의 55.3%(163명)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사회심리 스트레스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상태 혹은 전반적 행복감을 느끼며 생활하는지 등을 점검하는 지표다. 불안을 호소하는 노동자도 전체 응답자 중 66.4%(196명)에 달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 응답한 조합원들의 평균 나이는 약 52세, 건설현장 경력은 약 10년이다.
이에 따라 조합원의 수면시간과 질이 악화하고 술에 대한 의존도도 심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 형틀목수로 활동하는 한 노동자는 이날 현장 증언을 통해 “노조활동을 했다고 조사받은 게 태어나서 처음이고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억울하다”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있고 (휴대전화에) 입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는 게 겁이 난다”고 말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올해 조합원 1173명이 경찰 소환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19명이 구속됐다. 노조사무실 등 압수수색은 19차례 있었다.
장경희 두리공감 상임활동가는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으면 누구나 불안하지만 이렇게 높은 수준의 고위험군이 있다는 건 위험한 일”이라며 “노조원들이 호소하는 증상 대부분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사과와 국가 폭력 중단, 노동자들의 명예회복과 함께 건설노동자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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