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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일어난 지 8년 만으로 검찰은 8명을 구속 기소하고 26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는 등 총 34명을 재판에 넘겼다.
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올해 1월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해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홍지호 전(前) SK케미칼 대표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SK케미칼·애경·이마트·GS리테일 등 6개 업체의 전·현직 임직원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정부부처 조사·수사 및 소송·언론 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한 가습기살균제 태스크포스(TF) 활동과정에서 안전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은닉하는 등 가습기살균제 관련 각종 자료들을 삭제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애경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수사가 본격화되자 본사 및 중앙연구소 총 55명 직원 PC의 하드를 교체하고 이메일을 완전 삭제하게 하며 ‘파란하늘 맑은가습기’ 관련 자료,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등을 인멸하거나 은닉했다. 이마트는 검찰 압수수색 당일 가습기살균제 담당 직원의 노트북 1대를 은닉하게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에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공급한 전 SK케미칼 직원 1명을 구속 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 진상조사할 공무원이 업체와 결탁…증거인멸 교사
대규모 건강 피해 사건 진상 규명을 방해한 행위와 관련해 증거를 인멸·은닉한 SK케미칼·애경·이마트 전·현직 임직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환경부 내부 정보를 누설하고 증거인멸을 교사한 환경부 공무원(서기관)을 불구속 기소하고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소환 무마 등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전 국회의원 보좌관을 구속 기소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환경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하고 거짓 의견을 제출한 SK케미칼·SK이노베이션 직원 4명 및 법인도 불구속 기소했다.
환경부 공무원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애경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 등을 제공받고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 CMIT·MIT 함유 가습기살균제 건강영향 평가 결과보고서 등 각종 내부 자료들을 제공해 수뢰후부정처사,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적용됐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애경 직원에게 검찰 수사가 개시될 것으로 보이니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을 철저히 삭제하라고 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CMIT·MIT를 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애경·이마트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왔다. PHMG를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책임자들은 2013년 검찰의 첫 가습기 살균제 수사 때 기소돼 최고 징역 6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CMIT·MIT 원료물질의 경우 정부가 유해성을 뒤늦게 인정하면서 제조·판매 기업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검찰 수사는 CMIT·MIT 원료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재개됐다. 이후 검찰은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SK케미칼의 박철 부사장과 홍지호 전 대표 등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안용찬 전 애경 대표에 대해서는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돼 결국 불구속 기소했다.
◇ 검찰 “재판 과정서 피해자 목소리 제대로 전달할 것”
SK케미칼·애경·필러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흡입독성 있는 화학물질(CMIT·MIT)로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를 개발·제조·판매함에 있어 객관적·과학적 방법으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아니한 과실 등으로 12명 사망, 87명 상해에 이르게 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이마트에 대해서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명 사망, 17명 상해에 이르게 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GS리테일·퓨앤코 역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를 개발·제조·판매함에 있어 객관적·과학적 방법으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아니한 과실 등으로 1명 사망, 2명 상해에 이르게 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옥시·홈플러스·롯데마트는 가습기살균제 원료 공급에 대한 과실이 인정됐다.
이번 수사를 맡은 권순정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공판을 전담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책임자들이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검찰은 환경부, 사회적 참사 특조위, 피해자 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소통해 재판 과정에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피해자들이 피해를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