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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28~29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 이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꾸준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지난해 9월 피벗(긴축 정책서 전환)을 시작하면서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이번 회의에서 처음으로 금리(4.25~4.5%)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차는 150bp(1bp=0.01%포인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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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3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연속적인 수치”를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둔화하는 증거가 명확해지지 않는 한 금리를 당분간 동결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이는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반하는 기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연준에)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그리고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 금리는 우리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고 밝히며 연준 개입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대통령 발언에 어떤 반응이나 언급도 하지 않겠다”면서 “이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준은 경제데이터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며 “그것이 우리가 항상 할 일이며 사람들은 이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성이 생명인 연준은 선출직 공무원의 명령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선 “우리가 비판하거나 칭찬할 대상이 아니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관세, 이민, 재정정책, 규제 정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며 “우리가 이런 정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정책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언급했다. 연준이 새로운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관세 위협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재고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 재차 나오자 “그것은 우리 일이 아니다”며 “관세 부과에 대해 간접적으로라도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 싶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힘들다고 에둘러 말하면서 중앙은행 수장으로서의 독립성을 지키려고 애를 쓴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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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맹비난에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연준이 인플레이션으로 만든 문제를 막는 데 실패했다”며 “은행 규제에 대해서도 끔찍한 일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준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젠더 이데올로기, 친환경 에너지, 가짜 기후변화에 시간을 덜 소비했다면 인플레이션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미국의 에너지생산, 규제 완화, 국제무역 재조정, 미국 제조업 부활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 이상으로 미국을 재정적으로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다시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간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5월 임기가 종료되는 파월 후임을 조기에 지명하면서 그를 레임덕에 빠지게 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연준의 마이클 바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트럼프가 축출할 가능성을 내비치자 이달 초 부의장 자리를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