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지역은행 부실이 다른 나라로 파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한은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24%를 차지하는 사무실은 가격이 2023년말까지 1년간 16.1%나 급락했다. 그동안의 가격 상승에 따른 고평가 인식,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 재택근무 확산 등에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도심지역 사무실은 무려 29.2%나 하락했다. 아파트 역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24%를 차지하는데 가격이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31.3%나 급등했다가 작년말 14.5% 하락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을 보면 중소형 은행에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편이다. 자산규모 1000억달러 이상인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은 12.8% 수준인 반면 1000억달러 미만인 은행의 비중은 35% 수준에 달한다. 특히 올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5000억달러 이상 만기 도래하는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경우 차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2022년말 0.64%에서 작년 9월말 1.07%로 급등했다.
한은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위기, SVB 파산 사태와 고금리 충격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그때와는 다른 부분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때는 금융기관들이 구조화 파생상품 발행에 적극 나서면서 리스크에 대한 평가 자체가 어려웠으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단순 대출, 저당증권(CMBS) 형태로 리스크 평가 자체가 용이하다는 점이 다르다. 또 은행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점도 차별화된다.
SVB파산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뱅크런이 뉴욕커뮤니티뱅코프 은행에서 나타날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SVB, 시그니쳐 은행은 예금의 대부분이 예금보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거액 예금자로부터 조달됐으나 뉴욕커뮤니티뱅코프는 이 비율이 30%를 하회한다.
통화정책 대응에 대한 기대도 다르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작년 3월 당시엔 연준의 완화적 정책 대응에 대한 기대가 낮았지만 현 시점에선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이 확산될 조짐이 보일 경우 연준이 신속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 및 연기금이 주요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 관련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