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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화당 의원 전원이 불참하면서 인준 일정이 미뤄졌다. 상원 본회의 인준 투표를 진행하려면 은행위 인준 절차가 먼저 완료돼야 하는데,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발목이 잡힌 것이다.
공화당은 래스킨 지명자의 권력 남용 의혹을 반대 명분으로 내세웠다. 버락 오마바 전 행정부 시절 연준 이사와 재무부 부장을 역임했던 래스킨 지명자는 2017~2019년 민간 금융업체인 ‘리저브 트러스트’의 이사로 근무했다. 리저브 트러스트는 2018년 업계 최초로 연준의 마스터 계정을 얻었는데, 이 과정에서 과거 공직에 몸담았던 점을 이용해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에 압박을 넣었다는 것이다. 마스터 계정을 받은 기업은 기존 은행과 제휴하지 않고도 미국의 결제 시스템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WP는 “연준은 다음 달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첫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경제학자들과 시장 관계자들은 연준이 중요한 정책을 시작하는 상황인 만큼 이사회 공석이 채워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공화당의 보이콧이 차기 대법관 한 명이 누가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83세 고령의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지난 달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임자로 “흑인 여성을 지명할 것”이라고만 밝힌 상태다. 구체적인 지명자는 확정하지 않았다. WP는 차기 대법관 지명자는 미 정·관가에서 가장 큰 관심사일 뿐더러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 가장 중요한 지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 위원장(민주당)은 ‘연준 이사 지명자들에 대한 공화당의 인준 투표 보이콧이 향후 대법관 인준 절차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는가’라는 질문에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법관뿐 아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으로 지명된 기기 손 후보 역시 지난 해 10월 지명됐음에도 상무위원회 내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아직까지 인준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공화당은 FCC 직원 출신인 손 지명자가 폭스뉴스를 강경하게 비판하는 등 그간 진보적 시민단체 운동을 해 왔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보수적 관점을 배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손 지명을 철회해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미 상원 상무위원회는 지난 주 이례적으로 그에 대한 두 번째 인준 청문회 개최를 위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이외에도 공무원단체의 선거를 감독하는 연방노동관계청(FLRA) 위원으로 지명된 2명의 후보에 대해서도 롭 포트먼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국토안보 및 정부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을 차지해 양분하고 있다. 본회의 인준 투표에서는 50대 50 동률을 이룰 경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민주당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에 공화당이 상임위 차원에서 인준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상임위 차원의 보이콧이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 대법관 지명자 등에 대해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점이 오묘하다. 특히 올해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갈등 양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WP는 “작년까지만 해도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보이콧 전술을 아주 가끔씩만 사용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일상적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하며 “향후 대법관 지명자를 차단하려는 공화당의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