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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10만원·조화 대신 조기…관혼상제 거품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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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I 2016.10.03 19:09:22

김영란법 비적용자도 화환 사절 축의금 10만원 제한
회원제 골프장 퍼블릭 전환, 저가 화환 개발 등 생존전략 모색
"김영란법 관혼상제 거품 줄이는 데 일조할 것"

김영란법 시행 첫 주말인 지난 1일 오전 시민들이 북한산을 오르고 있다. 이날 강원도 설악산 등은 단풍객으로 북적인 반면 도내 골프장은 평소 주말보다 10∼20%가량 고객이 줄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인오 채상우 전상희 고준혁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우리 사회의 변화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제한으로 인해 ‘작은 관혼상제’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당장 경제적 타격을 입은 화훼업계 등에서는 변화한 현실에 발맞춰 생존전략 모색에 나섰다.

골프장, 회원제→대중제 전환구상

지난 1일 찾은 경기도 북부의 한 회원제 골프장은 성수기 주말이면 진입로까지 차를 세워야 했던 곳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주차장이 한산했다. 회원제 골프장의 주말 부킹은 접대 수요가 많다.

5년 경력의 캐디 A씨는 “회원제 골프장의 주말 팀 중 70~80%는 접대 수요다”며 “최근 한 달 사이 ‘이제 언제 볼지 모르니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라는 작별의 인사말을 자주 들었는데 법 시행 이후 바로 빈자리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서부에 있는 한 회원제 골프장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주말 평균 90팀을 채웠지만 김영란법 시행 첫 주말에는 20팀 정도가 취소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주말 비 예보에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서 팀 수가 줄었다. 선물용으로 준비한 과일 상자도 절반 정도가 남았다”며 “앞으로가 문제다. 현재 다수의 회원제 골프장이 매출 하락과 캐디 수급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면 대중제 골프장의 사정은 김영란법 여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모습니다. 지난 2일 찾은 충청남도 남부에 있는 한 대중제 골프장은 라운드 시간이 1시간 가까이 지연될 정도로 내장객이 넘쳐났다.

회원과 비회원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예약 시스템과 각종 이벤트를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은 대중제 골프장의 ‘강력한 무기’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대중제 골프장은 자기 돈 내고 골프를 즐기는 30~40대 젊은 골퍼들이 많이 찾는다. 이들은 각자 비용을 부담하는 ‘더치페이’ 문화가 몸에 배 있기 때문에 당당하게 골프를 즐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수의 회원제 골프장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대중제 골프장으로의 전환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훼업계, 저가화분 등 자구책 마련

화훼업계도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은 분야다. 한국화원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화훼시장 규모는 약 7000억원이다. 협회는 내년이면 김영란법으로 인해 시장 규모가 5000억원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서는 이에 비싼 도자기 화분 대신 나무로 만들어진 화분, 쪽수를 줄인 난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국 화훼 도매상 연합회 소속의 꽃배달아울렛은 최근 4만8000원짜리 동양난화분을 선보였다. 5만원 이상 선물을 금지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궁여지책이다.

꽃배달아울렛 관계자는 “화분에 심는 난 쪽수를 줄이고 고가 소재의 도자기가 아닌 중저가 도자기로 만든 화분을 사용해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난 재배 농가는 ‘쪽 수 줄이기’로 활로를 찾고 있다. 보통 난화분은 일반적으로10만원이 넘는다. 저렴한 난화분도 7만원대다. 난화분 가격 구성은 난과 도자기 화분이 각각 80%, 20%여서 5만원 제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난 쪽수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게 농가측 설명이다.

“서로 부담없는 ‘작은 관혼상제’ 적응해야”

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는 학교 동창회와 교회, 회사에서 보낸 화환 3개 정도만 눈에 띄었다. S예식장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는 화환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서울강북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도 각 빈소별로 비치된 조화는 5~6개 정도에 그쳤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일반 회사원 등 김영란법 적용대상과 무관한 빈소에도 눈에 띄게 조화가 줄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는 예전부터 관혼상제를 중요시 하는 문화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불순한 의도가 개입한 과도한 성의가 문제가 되고 했는데 법 시행으로 이런 부분을 근절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작은 관혼상제’에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조사를 일일이 다 챙기다 보면 허리가 휜다고 할 정도로 관혼상제에 대한 부담이 컸다”며 “김영란법 시행이 관혼상제 거품을 줄이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지난달 28일 시행된 가운데 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장례식이 평소 복도를 가득 메우던 화환 행렬이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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