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11월 8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70)공화당 대선 후보가 ‘음담패설 녹음파일’ 파문으로 곤경에 처했다.
트럼프로서는 자신이 평소 내뱉었던 여성 비하 발언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최근 지지율 추이에서 힐러리 클린턴(69)민주당 대선후보에 가뜩이나 밀리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녹음파일 스캔들은 대선판을 흔들리기에 충분한 악재임에 틀림없다.
트럼프의 행보에 그동안 탐탁히 않은 시선을 보였던 공화당은 트럼프 비판에 그치지 않고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선거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때 이른 관측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 트럼프, 각종 파문에도 “사퇴하지 않겠다”
트럼프는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오랫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에는 음담패설 녹음파일로 대선 가도가 흔들리고 있다.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와 미국 연예매체 ‘액세스 할리우드’ 사회자 빌리 부시가 과거 버스 안에서 나눈 지극히 외설적인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녹음파일에서 트럼프는 과거 유부녀를 유혹하려 한 경험담을 상스러운 표현까지 동원해 부시에게 설명했다. 트럼프는 해당 유부녀 실명은 언급하지 않은 채 “XX를 시도했는데 그녀는 결혼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녹음파일로 그동안 트럼프를 지지했던 인사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이날 열릴 예정이던 트럼프와 ‘공화당 일인자’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의 위스콘신 합동유세도 무산됐다. 라이언 하원의장은 “구역질이 난다”는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여성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한 트럼프에 대한 조건부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대선 후보 교체를 주장하는 등 사실상 트럼프에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나는 절대 이 레이스를 그만두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 클린턴, 지지율에서 트럼프 앞서
이런 분위기는 지지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때 트럼프는 클린턴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지만 1차 TV 토론 이후 각종 사건으로 다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지난달 30일부터 10월6일까지 169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클린턴은 43%의 지지율로 38%를 확보한 트럼프보다 5%포인트 앞섰다. 클린턴은 같은 기관 여론조사에서 지난 9월 초부터 줄곧 트럼프와 5% 안팎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O)가 각종 설문조사를 집계해 평균을 낸 조사에서도 클린턴은 지지율은 47.5%로 트럼프(42.9%)를 4.6% 포인트 앞질렀다.
뉴욕타임스(NYT)가 집계한 ‘후보자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클린턴이 82%로 18%를 기록한 트럼프를 크게 앞섰다. NYT는 클린턴이 대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은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에서 키커가 40야드(약 36.5m) 거리에서 실축할 가능성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2차 TV 토론서 권토중래 꿈꾸는 트럼프
대선을 앞두고 터져 나오는 각종 악재에 만신창이가 된 트럼프는 2차 TV 토론에서 반전을 모색하려는 모습이다.
트럼프와 클린턴은 2차 공개 TV 토론은 9일 밤(미국 현지시간·한국시간 10일 오전 10시) 미주리주(州)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大)에서 열린다. 이번 2차 TV 토론은 시간이 90분으로 1차 토론과 같지만 1차 때와 달리 사회자는 물론 일반 방청객들까지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된다. CNN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와 ABC 마사 래대츠 기자가 공동 진행한다.
지난달 26일 1차 TV 토론에서 승리해 상승세를 탄 클린턴은 이번에도 확실하게 트럼프를 제압해 승기를 굳힐 방침이다.
1차 토론 패배에 장기간 납세회피 의혹과 여성에 대한 ‘음담패설 녹음파일’까지 폭로돼 낙마 위기에 내몰린 트럼프는 2차 토론에서 대반격을 펼쳐 반전의 기회를 잡겠다는 각오를 내비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