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CEO의 두 얼굴”…정체는 ‘수백억 사기’ 벌인 성범죄자

김형일 기자I 2024.09.27 10:32:03

크리에이터 기업 CEO로 위장…독주 권한 후 성폭행
임신 소식에 "다른 남자에게 전화 돌려봤냐"며 조롱
검찰, 준강간, 폭행, 불법 촬영 등 혐의로 징역 9년 구형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한 여성이 사업가로 위장한 남성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이 남성은 최대 300억원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였으며 4명의 성폭행 피해자를 양산했다.

27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30대 여성 A씨는 작년 10월 사업가 모임에서 크리에이터 전문 기업을 운영하는 고 씨를 만났다. 해당 모임은 고 씨의 사무실에서 진행됐으며 A씨 역시 지인의 권유로 참석하게 됐다.

A씨의 불행은 고 씨를 만나고 시작됐다. 이후 고 씨는 함께 식사하자고 전화했고, A씨는 그와 함께 호텔 식당을 찾았다. 이때 고 씨는 독주를 권했으며 이를 거절하지 못한 A씨는 술을 마시다 결국 기억이 끊겼다. 다음 날 A씨는 고 씨의 집에서 눈을 떴다.

며칠 뒤 A씨는 미열에 시달렸고, 검사 결과 임신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고 씨는 “축하한다. (나는) 그럴 리 없다. 난 묶었다. 다른 남자들한테 전화 돌려 봤냐”며 “결혼해야 하나. 결혼하자. 그런데 나중에 이혼하면 된다. 유전자 검사는 나중에 하면 된다”고 조롱하듯 말했다.

결국 A씨는 종교적인 신념에도 불구하고 중절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사건반장에 “너무 상처받아서 살아있지 않은 삶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이후 고 씨의 연락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는 더 충격적인 얘기를 전해 들었다. 지인들은 고 씨에 대해 “사기꾼이라며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말했다. 여기에 고 씨가 자신이 저지른 성범죄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듣게 됐다.

소문은 모두 사실이었다. 고 씨는 최근 성범죄 혐의로 구치소에 들어갔으며 A씨 말고도 성폭행 피해자가 3명이나 더 있었다. 범행 수법은 동일했으며 스토킹이나 불법 촬영으로 협박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여기에 고 씨가 비상장 주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금전적인 피해를 본 피해자만 1000명 이상이며 피해액은 140억~3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 씨는 평소 유명 그룹 회장, 연예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고 씨에게 준강간, 폭행, 불법 촬영 및 불법 촬영물 유포 등의 혐의로 징역 9년을 구형한 상태다.

A씨는 “지난 4월 고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며 “고 씨가 가고 싶은 회사의 인사권자와 매우 친했다. 재취업이 간절했던 만큼 잘 보일 수밖에 없어 경찰 신고가 늦어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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