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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사용 안했어도 이통사 기지국은 광화문 체류자를 안다..어떻게?

김현아 기자I 2020.08.25 11:00:00

휴대전화 사용하지 않을 때도 기지국과 교신 중
법적근거는 감염병예방법..시민단체는 헌법소원
기지국 정보활용보다 확진자 동선 공개 심각성 지적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광화문 집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대확산을 막는데 이동통신사 기지국 접속 정보가 활용되고 있다. 방역당국이 이동통신 3사에 요청해 감염 확산이 의심되는 지역에 머물렀던 사람의 명단을 받아 이들에게 검사를 안내하는 연락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대규모로 열린 광복절 집회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방역당국과 서울시를 거쳐 각 자치구에 전달된 명단은 총 5만여명. 이들은 집회 당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광화문 집회 인근에서 30분 이상 체류한 사람들이다.

▲휴대전화 통신 과정(출처:SK텔레콤 블로그)
휴대전화 사용하지 않을 때도 기지국과 교신 중

이통사 기지국은 어떻게 광화문 체류자들을 알고 있을까. 휴대폰 때문이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갖고 있었더라도 기지국은 내 위치를 알고 있다. 전화나 인터넷을 쓰지 않았다면 기지국이 모를 것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라도 언제든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휴대폰은 가까운 무선 기지국과 정기적으로 교신하기 때문이다.

물론 통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내 위치정보는 더 명확히 인식된다. 휴대폰은 가장 가까운 기지국과 교신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기지국당 대략 150미터에서 200미터 정도를 커버하는데, 업계에서는 0.001~0.002% 정도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요즘 기지국을 하도 촘촘히 박아서 기지국 접속 정보에 거의 오차가 없다”며 “건물 안에 있었다면 멀리서 날아오는 신호를 잡기 때문에 1000개 중 1,2개 정도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위치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기지국만이 아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사람은 와이파이가 깔린 카페 등에 방문했을 때 내 위치정보가 그대로 구글로 넘어간다. 혹시 휴대폰으로 며칠 전 방문한 식당의 평가를 묻는 메시지를 받았다면 바로 와이파이 접속기록때문이다.

법적근거는 감염병예방법..시민단체는 헌법소원

방역당국이 경찰을 통해 이통사로부터 기지국 접속 정보를 넘겨받아 지자체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정부는 감염병 환자나 감염의심자의 위치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이를 국가 방역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대응을 명목으로 국민 1만 명 휴대전화에 대한 기지국 접속정보를 요청하고 처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말 친구들과 이태원 인근 식당을 방문했다가 5월 18일 서울시로부터 코로나 검사 권고 문자를 받은 A씨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태원을 간 것은 맞지만 자신이 방문한 식당은 상당히 떨어진 장소였는데, 문자를 받고 검사받은 뒤 음성판정을 통보받을 때까지 불안감에 시달렸다는 게 청구이유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사)오픈넷 등은 A씨의 이태원 방문 정보가 법원 영장 없이 복지부 장관 등에게 제공된 것은 △명확성이 부족하고(30분간 이태원 클럽 주변에 있었다는 이유로 감염병의심자로 보고 기지국 정보를 처리한 것은 헌법 상 원리인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과잉금지원칙과 최소침해 원칙에도 반한다(과도한 정보수집)고 설명했다. 무차별적으로 기지국 정보를 수집하는 게 아니라 QR코드나 신용카드 내역 등을 검토해 확진자 주요 동선에 포함된 명단을 익명검사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방통위 로고
기지국 정보활용보다 확진자 동선 공개 심각성 지적도

하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대한감염학회 등 9개 학회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고 제안할 만큼, 응급 병상 부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 감염의심자에 대한 기지국정보 추적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기지국 정보활용보다 14일이 지나도 인터넷에 떠도는 확진자 동선 공개가 더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공개기한(14일)이 지났는데도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가 노출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주요 인터넷 사업자 및 언론과 함께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에 게시된 공개기한이 지난 동선정보를 신속하게 삭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나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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