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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反이민 논쟁 확전…대법관 인준도 힘싸움 예고(종합)

김형욱 기자I 2017.02.06 10:48:08

항소법원에서도 反이민 행정명령 일시 중단 확인
트럼프 취임 2주만에 교착상태…트위터 '맹비난'
민주당 고서치 반대 본격화…필라버스터도 검토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이에 대한 연방법원의 중단 요구로 미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였다. 행정명령의 시행 여부가 결국 대법원의 판결까지 가게 된 가운데 공화·민주 양당은 닐 고서치 대법관 지명자 인준을 두고 힘 싸움을 예고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서명한 반이민 행정명령이 이달 3일 제임스 로바트 워싱턴 주(州)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 판사에 의해 일시 중지된 데 이어 4일 항소 법원도 트럼프 측 항소를 기각하며 이를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시리아, 이란, 이라크 등 7개국 국민의 입국과 난민 심사를 90~120일 동안 일시 중단하려 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이 문제는 결국 연방대법원행이 유력하다. 미 법무부는 항소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며 아직 항소하지 않았으나 대법원 항소 방침을 이미 시사했다. 이렇게 된다면 현재 보수와 진보의 4대 4 구도인 대법원에서도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최종 판결까지 한 달은 걸리리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와 공화당측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출범 2주 만에 핵심 정책 중 하나가 첫 법정 다툼에서 사실상 참패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장벽 건설을 비롯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의 입법 난항을 예고하는 전조일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트럼프도 트위터를 이용해 반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논란만 키우고 있다. 그는 1심 판결이 나온 지 하루 뒤인 4일부터 로바트 판사를 ‘판사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며 헐뜯은 것을 시작으로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미국에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행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를 직접 비판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는 그러나 민주당을 강경하게 만들어 오히려 트럼프를 궁지로 몰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달 30일 대법관으로 지명된 닐 고서치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이다.

닐 고서치(Neil Gorsuch) 미국 대법관 지명자가 2일(현지시간) 회의 참석차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을 들어서고 있다. AFP


척 슈머 미 민주당 상원의장은 “트럼프가 미 헌법을 시험하고 사법부에 대한 개인적 공격을 할 때마다 고서치의 검증 문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클린턴 정권에서 일한 로날드 클래인 민주당 측 변호사도 “고디쉬 청문회의 첫 질문은 그가 동료에 대한 (트럼프의) 경멸을 그냥 넘어갈 것이냐는 검증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법부 최고위직으로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냐는 것이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판결 결과에는 유감을 뜻을 내비치면서도 사법부에 대한 트럼프의 직접적인 비판은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도 현실적으로는 고서치를 낙마시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집권 공화당이 이미 100명의 상원 의석 중 과반이 넘는 52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당 측에서도 중도 성향의 일부 의원이 고서치를 공개 지지하고 있다. 현 상황이라면 고서치가 필요한 60표를 무난히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게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의 전망이다. 그는 더욱이 2006년 만장일치로 현재의 콜로라도주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된 전례가 있다. 슈머 민주당 상원의장 역시 이를 승인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민주당이 필라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행)까지 고민하는 이유다.

더욱이 트럼프는 고서치의 인준이 여의치 않으면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의장에게 과반, 즉 51표의 득표만으로도 지명자를 인준할 수 있도록 상원법을 개정하는 안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취임 선서식에서 지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이날 최근 정치쟁점화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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