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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달 31일 이뤄진 650만달러(약 89억4000만원) 규모의 거래다. 한 투자자는 오는 11월 말까지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최고 5.7%까지 상승하는 상황에 대비한 옵션 포지션을 구축했다. 30년물 금리는 이날 약 5.25%로, 지난달 기록한 19년 만의 고점과 0.1%포인트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른 투자자들도 10년물 금리가 향후 수주 내 4.85%, 5년물이 4.6%까지 상승하는 상황에 대비한 포지션을 새로 구축한 것으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미결제약정 자료에서 나타났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8%까지 올라 지난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금리 오르는데 왜 투자자가 손해볼까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채권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의 시장가격이 떨어진다. 채권 투자자로서는 평가손실을 입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연 3%의 이자를 주는 국채에 투자했는데 새로 발행되는 국채는 연 5%의 이자를 준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굳이 연 3%짜리 기존 채권을 같은 가격에 살 이유가 없다. 기존 채권의 가격이 충분히 떨어져야 새 채권과 비슷한 투자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의 상대적인 매력이 커지면서 가격은 올라간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움직임이 크다. 30년 동안 고정된 이자를 받는 채권은 몇 년 뒤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채보다 금리 변화의 영향을 훨씬 오래 받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자들이 30년물 국채를 특히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평균 4.96%로,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연평균 금리를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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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보유한 국채 가격이 떨어질 때 가치가 올라가는 파생상품을 함께 사두는 방식으로 국채 가격 하락에 대비한다.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아 손실을 보전하듯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 옵션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채권에서 난 손실의 일부 또는 전부를 상쇄하는 것이다.
보험료가 공짜가 아니듯 옵션에도 비용이 든다. 투자자는 ‘프리미엄’이라는 비용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특정 조건에서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산다. 예상과 달리 국채 가격이 오르면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지급한 프리미엄은 돌려받지 못한다.
최근 옵션시장에서는 장기 국채선물 가격 하락에 대비한 풋옵션에 투자자들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국채 가격 상승보다 하락 위험을 막는 데 더 많은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투자자들이 국채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을 단순히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비용을 지불하면서 손실 위험 관리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장기채가 특히 불안한가
채권 투자자들의 불안에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확대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다시 커졌다.
국제적으로도 장기채 약세가 뚜렷하다. 독일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 30년물은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호주 장기금리도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재무부도 지난달 국채 바이백(조기 환매) 확대를 발표하며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려 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로버츠 네드그룹인베스트먼츠 채권 책임자는 “현재로서는 채권시장의 상황이 반전될 계기를 찾기 어렵다”며 이란 사태가 장기적으로 해결될 경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단기적으로는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약 68%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더 큰 걱정은 연준이 직접 결정하는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에 있다는 분석이다.
아쇼크 바티아 누버거버먼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글로벌 채권 책임자는 “채권시장의 불안은 연준이 통제하는 단기물이 아니라 장기물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통해 단기금리를 움직일 수는 있지만 10년·30년 국채금리는 장기 물가 전망과 정부 재정, 국채 수급 등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더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포지션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JP모건의 최신 미 국채 고객 설문에서 지난달 31일까지 일주일간 중립 포지션 비중은 4%포인트 감소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아졌다. 반면 국채 상승에 베팅하는 롱과 하락에 베팅하는 숏 포지션은 각각 2%포인트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방향성 판단을 미루기보다 적극적으로 어느 한쪽에 베팅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최근 헤지 수요 급증은 미 국채금리가 반드시 5.7%까지 오른다는 전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험에 가입했다고 사고가 날 것으로 확신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수백만달러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국채 추가 하락에 대비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장기금리 상승 위험에 대한 월가의 경계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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