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CCTV 의무 설치’…수술실 이어 유치원도 논란

박순엽 기자I 2021.07.06 11:00:10

‘유치원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국회서 발의
아동단체 “아동 보호권 지켜야…법안 통과 촉구”
유치원·교사 “수업권·인권 침해 우려…법안 반대”
헌재,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엔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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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본인이 떳떳하면 CCTV가 있든지, 학부모가 매일 옆에서 지켜보든지 뭐가 신경 쓰이겠습니까?”

“다른 직장에도 CCTV는 있겠지만, CCTV를 수시로 보여 달라고 하면서 협박하고 인격모독하는 학부모들을 만날 유치원 교사들을 이해 못 하나요?”

지난달 21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유치원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법안 발의 예정’ 글에 보름 만에 1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토론의 장이 열렸다. 이 글에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학부모들과 수업권·교권·인권 침해를 우려하는 교사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유치원 내 CCTV 설치 의무’…교사·시민단체 간 이견

병원 수술실에 이어 유치원 교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24일 ‘유치원 내 CCTV 의무 설치’를 골자로 한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는데, 이를 두고 유치원·교사 측과 아동학대 방지단체들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개정안에는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아동학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유치원 내 CCTV 의무 설치로 유치원에서의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유아 안전을 도모해 각종 사고를 예방하려고 한다”고 발의 이유가 나와 있다. 아동단체들은 이에 공감하면서 유치원 교실 내 CCTV가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동단체들은 또 이미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어린이집과 비교해 유치원의 CCTV 설치율이 저조하다고 지적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유치원 내 CCTV 설치율은 39%에 그쳤다. 그나마 사립 유치원은 3433개원 중 3018개원(87.91%)에서 CCTV를 설치했지만, 국공립 유치원은 4896개원 중 244개원(4.98%)만이 CCTV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지난 5일 해당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국제연합(UN)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모든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보호권을 주요한 권리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며 “유치원 CCTV 의무 설치는 아동의 보호권을 지켜주고, 교사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도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치원·교사 측은 이번 개정안 통과에 반대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교사의 수업권이나 인권, 교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학부모들이 사소한 상황에서도 CCTV를 보여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교사들도 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CCTV 설치가 아닌, 교사 대 원아 비율을 줄이는 것부터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의원의 블로그 댓글 중에선 “실제 현장에선 학대보다 안전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CCTV는 사고 원인 분석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며 “영상 속 교사의 잘못을 따지기 전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등 현장의 근무 조건을 개선하는 조치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다수 보였다.

(사진=김병욱 의원 블로그 갈무리)


◇헌재,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에 “정당하다”

앞서 어린이집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될 때에도 논란은 있었다. 인천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15년 9월부터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 설치하도록 영유아보호법이 개정됐는데, 어린이집 대표·원장 등은 같은 해 10월 영유아보호법 내 CCTV 의무화 조항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년여 뒤 해당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당시 “어린이집 안전사고와 보육교사 등에 의한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CCTV 설치만으로 사고 예방이나 아동학대 방지 효과가 있으므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며 “CCTV 설치 조항으로 침해되는 사익이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려워 법익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CCTV 열람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활용 목적을 어린이집 안전사고 내지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어린이집 원장이나 보육교사 등의 기본권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앞서 시작된 ‘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수술실 CCTV 설치 법안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처리를 보류했다. 현재 환자단체 등은 수술실 CCTV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의사·병원 단체들은 해당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5일 성명을 통해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에 대한 헌재 판단을 인용하면서 “어린이집, 보행자길, 학교 내외 등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한 사례는 많은데, 이는 범죄 예방 및 수사, 국민 안전 등이 그 목적이고 사생활 보호보다 더 큰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처사”라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유치원학대피해 부모 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교실에 CCTV 의무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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