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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병목 현상은 집단유전학에서 특정 개체군의 크기가 급격히 감소한 뒤 적은 수의 개체에서 다시 번성하는 현상으로, 유전자 빈도와 다양성에 큰 변화가 생긴다.
연구에 따르면, 90만년 전은 홍적세(Pleistocene) 초중기로 빙하기가 길어지고 기후가 매우 건조해지는 극심한 기후변화의 시기였다. 이 시기 인류 조상은 약 98.7%가 사라졌고, 이는 인류 화석에 ‘공백기’가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연구팀은 약 93만년 전에서 81만 3000년 전 사이 전 세계의 번식 가능 인구가 1280명까지 줄어드는 심각한 인구 병목 현상을 겪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인류가 줄어든 상태로 약 11만 7000년이 지속 됐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인류 병목 현상을 겪으면서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 종(현생 인류와 근연종을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 출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런던 자연사박물관 크리스 스트링어 박사는 논평에서 “연구팀이 제안한 병목 현상은 데니소바인,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의 공통 조상이 산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일치하지만 이 이론은 인류의 고고학 및 화석 증거와 비교해 검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류가 90만~80만년 전 아프리카 안팎에 퍼져 있었다면 연구팀이 제안한 병목 현상의 원인이 무엇이든 그 영향이 더 널리 퍼져 있던 비(非) 호모 사피엔스 집단에 제한적으로 미쳤거나 영향이 단기간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