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제국' LVMH 불황 그늘…中 소비 줄자 성장 둔화

이소현 기자I 2024.07.24 11:44:30

2분기 매출 소폭 상승…시장 예상치 밑돌아
LVMH "중국 소비자, 일본 여행가서 명품 구입"
''엔저 효과'' 일본서 매출 57%↑…"마진 압박"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루이비통·디올 등 75개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프랑스의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중국 시장 내에서 고급 제품 수요가 냉각되면서 올해 2분기 성장이 둔화됐다. 팬데믹 이후 수년간 고성장해온 럭셔리 브랜드도 중국발(發) 불황을 비켜가진 못했다.

22일(현지시간)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비바테크 기술 스타트업 및 혁신 박람회에서 프랑스 럭셔리 그룹 LVMH의 로고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AFP)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LVMH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 증가한 209억8000만 유로(약 31조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LVMH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확연히 둔화됐으며, 시장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은 지난 1분기 성장률(3%)은 물론 코로나 팬데믹 해제 후 수요가 급증했던 작년 동기 성장률(21%)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또 애널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한 LSEG 조사에서 매출 예상치는 216억 유로였는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특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매출이 14%나 감소하면서 중국의 명품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지난 1분기 6% 감소에서 더 악화됐다.

다만 중국 쇼핑객들은 해외에서 소비가 늘었는데 특히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일본에서 명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일본에서의 매출은 57% 급증했다.

장 자크 기오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에서 “중국인 명품 쇼핑객들이 대기업 브랜드의 고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다음 일본 여행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그룹의 마진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성명에서 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해 언급했다면서 올해 LVMH 주가 하락으로 그의 재산이 110억 달러(약 15조2000억 원) 감소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오니 CFO는 “샴페인 수요가 두 자릿수 감소로 심각한 둔화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의 영향을 받았던 미국 시장에서의 코냑 판매는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LVMH는 샴페인 돔 페리뇽’과 루이나르를 비롯해 코냑 헤네시 등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이날 LVMH 주가는 파리증시에서 올해 들어 22일까지 5.7% 하락했으며,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이날 5.1%까지 하락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최근 글로벌 명품기업들이 중국 시장 침체에 고꾸라진 실적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LVMH뿐만 아니라 최근 실적을 발표한 명품 브랜드인 리치몬드, 버버리, 스와치, 휴고보스 등도 마찬가지다. 카르띠에 모기업 리치몬트도 보석 부문의 강세에도 최근 분기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스위스 시계업체 스와치가 중국 수요 감소로 이익이 예상보다 악화해 70%나 감소했다. 버버리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발표와 함께 최고경영자(CEO) 교체 소식을 알렸다. 독일 의류 브랜드 휴고 보스는 올해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는 “명품 기업들은 팬데믹 시대의 소비 호황을 누리다가 작년부터 그 열기가 시들해졌다”며 “에러메스와 같은 독보적인 브랜드는 경기 침체를 잘 견뎌냈다”고 전했다. ‘명품 중의 명품’이라 불리는 에르메스는 이번 주 후반 상반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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