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주정부는 이날 2023~2024회계연도에 225억달러(약 30조원)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1년 전 1000억달러(약 132조원) 흑자에서 180도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체감 경기도 악화했다. 캘리포니아주 공공정책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주민 가운데 66%가 앞으로 1년 동안 지역 경제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62%는 캘리포니아주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조 스티븐쇼 캘리포니아주 재무부 국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으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이제)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건 지역 경제 큰 손인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의 사정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감원·해고 관련 정보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실리콘밸리에선 1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급증했던 실적도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최대 은행이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달 파산하면서 자금 경색 등 후폭풍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기술 부문은 캘리포니아의 중추이자 동력”이라며 “기술기업이 (업황 악화로) 전처럼 주 경제를 이끌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캘리포니아주의 또 다른 주요 산업인 농업과 물류업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겨울 발생한 홍수로 오렌지 등 농작물 수억달러어치가 상품 가치를 잃었다. 아울러 물류회사와 물류노동자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물동량도 급감했다. 올해 2월 미 서부 핵심 항구인 로스앤젤레스항의 화물 처리량은 전년 동월대비 43% 쪼그라들었다. 제럴딘 나츠 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더 많은 화물이 (캘리포니아를) 우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캘리포니아주의 주력 제품인 소프트웨어와 방산물자 수요가 장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진은 세수가 많이 걷힐 때 주정부가 쌓아둔 비상 자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경기침체를 견디기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