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미 경상흑자 1위·대중 경상적자 1위…역풍 맞을라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3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작년 경상수지는 354억9000만달러 흑자로 전년(258억3000만달러) 대비 흑자 규모가 확대됐다.
경상수지 흑자를 이끈 것은 미국이다. 대미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912억5000만달러 흑자로 1년 전(689억7000만달러) 대비 큰 폭 증가했다. 1998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 흑자다. 승용차 등의 수출이 증가한 반면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비해 미국 내 공장 설립 등 직접 투자가 늘어나면서 해외 자회사들이 국내로 송금하는 배당, 이자 등이 늘어나면서 본원소득수지가 개선됐다.
반면 대중 경상수지는 309억9000만달러 적자로 1년 전(84억5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이 역시 역사상 최대 적자다. 대중 경상수지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도 처음이다. 작년 IT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40%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2020년부터 대미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대중 경상수지 흑자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대미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20년 이후 4년 연속 흑자폭이 커지고 있다. 반면 대중 경상수지는 2022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2년 째 적자폭이 커진다. 올해 들어 대미 수출액 비중은 통관 기준으로 19.2%(1월부터 5월 25일까지)를 찍어 중국(19.0%)을 추월, 수출국 1위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미국으로의 경상수지 흑자액이 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대중 수출의존도는 낮아지고 수입의존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수출품목에서 중국과의 경쟁력이 밀리고 있는 반면 리튬 등 중국 광물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입국은 중국으로 올 들어 수입 비중이 22%를 차지했다. 미국이 11.6%, 유럽이 12.7%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중이다.
문혜정 한은 금융통계부 국제수지팀장은 “대중 수출이 줄어들고 대미 수출이 커지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간 성장 격차가 심해진 영향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영향도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엇갈린 대미 흑자액과 대중 적자액은 향후 미중간 무역갈등 등을 고려하면 역풍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은은 4월 한 보고서에서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을 하게 될 경우 미국의 우리나라를 향한 무역제재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미 무역흑자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시절이던 2017~2018년 대미 무역흑자가 240억달러이던 시절에도 우리나라를 향한 무역제재 칼날이 강해졌는데 작년엔 그때 대비 세 배 넘게 무역흑자폭이 커졌다. 반면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간 관세전쟁 등 무역분쟁이 커질 경우 중국이 특정 광물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 등을 취할 수 있어 우리나라는 광물 등 수입품 확보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대일본 경상수지는 168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년(176억90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폭이 줄었다. 화공품, 정밀기기 등의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다. 유럽연합(EU)에 대한 경상수지는 63억9000만달러 흑자로 전년(55억1000만달러)보다 흑자폭이 커졌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경상수지는 516억7000만달러 흑자로 반도체, 석유제품, 화공품 수출 감소로 전년(774억5000만달러) 대비 흑자폭이 축소됐다. 중동과 중남미는 각각 737억4000만달러 적자, 5억9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 대미 직접투자 역대 1위, 중국·EU 직접 투자 감소
한편 작년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345억4000만달러로 전년(658억달러)대비 증가폭이 축소됐다. 미국으론 298억1000만달러가 투자돼 역대 1위를 기록했으나 중국, EU 등에서 직접투자가 감소했다.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는 151억8000만달러로 전년(250억4000만달러)보다 감소했다.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453억7000만달러 증가해 전년(456억달러)과 유사했다. 대미 투자액이 399억8000만달러에서 303억4000만달러로 축소됐다. 주식은 198억7000만달러로 전년(344억5000만달러)보다 크게 줄었는데 금리 인상 등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반면 미국 채권 등 부채성증권은 55억3000만달러에서 104억7000만달러로 급증했다. 2017년 이후 최대 증가다. 고금리에 기댄 이자수익을 노린 투자다.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는 197억8000만달러에서 379억2000만달러로 증가했다. 국내 주식 투자는 자동차 수출 호조 등에서 116억2000만달러가 유입돼 전년(51억달러 순매도) 대비 순매수로 전환했다. 채권 등 부채성 증권 투자는 263억달러 증가해 전년(248억7000만달러)보다 증가폭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