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이 사건을 통해 재림교 신자들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시험일정 변경을 요청한 사안에서 어떠한 경우에 그 시험일정 변경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위법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특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틀어 재림교 신자의 시험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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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일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교인 A씨(원고)가 전남대학교 총장(피고)을 상대로 낸 입학전형이의신청 거부처분 및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의 선고기일을 열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A씨의 불합격처분을 취소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2019년 7월 14일 2020학년도 법학적성시험에 응시한 뒤 전남대 로스쿨에 지원해 1단계 평가에 합격했다. 전남대는 A씨에게 면접일정을 토요일 오전으로 통보했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있으며, 안식일에 교인들이 직장·사업·학교 활동, 공공 업무 및 시험 응시 등의 세속적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A씨는 전남대에 면접일정을 토요일 일몰 후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면접에 응시하지 않은 A씨는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
이에 A씨는 전남대 총장을 상대로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처분 및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처분 취소청구를 각하하고 불학격처분 취소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A씨에게는 면접고사 일정에 대한 변경을 요청할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A씨가 면접고사에 응시했다고 해도 최종합격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이어 “전남대가 면접일정 변경 거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A씨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비례의 원칙을 벗어난 정도라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불합격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1심판결을 취소하고 전남대가 A씨에 대해 내린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처분과 불합격처분을 각각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전남대가 면접일정 변경을 거부한 행위는 A씨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했고, 이른바 위법한 ‘간접차별’에 해당해 A씨의 평등권도 침해하므로 위법하다고 봤다. 이같은 위법한 거부행위에 따라 A씨가 면접에 응시하지 못했으므로 면접 결시를 이유로 한 불합격처분도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종교적 양심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소수 종교인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인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것이나, 비록 다수에 의해 지지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나 사회, 타인에 대해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존중받아 마땅하다”며 “피고 전남대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이 사건 이의신청을 거부함으로써 원고에게 면접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이 사건 불합격처분의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평등 실현 의무 강조
전남대의 상고로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왔다. 대법원은 △이 사건 거부행위 취소청구가 본안판단을 위한 소송요건을 갖췄는지 여부 △재림교 신자인 원고의 면접일시를 안식일로 지정해 결과적으로 원고로 하여금 종교적 이유로 면접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한 뒤 이를 이유로 원고를 불합격시킨 이 사건 불합격처분이 적법한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A씨에 대해 불합격처분한 것은 위법하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해 전남대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전남대 법전원 입시 과정에서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다소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의 정도가 재림교 신자들이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인정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할 의무와 책무를 부담하는 피고로서는 재림교 신자들의 신청에 따라 그들이 받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가 원고의 면접일시 변경을 거부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고, 이 사건 불합격처분은 위법하게 지정된 면접일정에 원고가 응시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남대 법전원 입학시험에 대한 불합격처분이 이뤄졌다면, 피고가 이를 위해 앞서 했던 단계적 행위는 그 종국적인 불합격처분에 흡수된다”며 “따라서 이 사건에서 불합격처분만이 쟁송의 대상이 되고 면접일정 변경 거부행위를 별도로 다툴 소의 이익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측은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부당하게 차별받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청의 헌법상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