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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골프' 파문 주류.비주류 갈등으로 비화 조짐

노컷뉴스 기자I 2006.07.21 20:10:32

골프모임 인사들 "반대파에서 고의로 정보 흘려"

[노컷뉴스 제공] '수해 골프 파문'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잠시 사그라지나 싶었던 당내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에 다시 도화선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단 골프에 참여한 경기도당 간부들이 대부분 지난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대표를 지지했던 인사들로 알려지면서다.



△'주류 대 비주류' 갈등 첨예화 양상

이에 따라 당내 비주류측이 사실상 공세의 '호기'를 잡은 반면, 주류측에 속하는 골프 당사자들은 "(골프 사실을) 당내 반대세력에서 고의로 흘렸다"며 역공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골프 파문' 당사자의 한 명인 홍문종 경기도당 위원장은 21일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당내 반대세력에서 미리 언론에 흘린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16대 국회의원(경기 의정부갑)을 지낸 홍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으로, 지난 전당대회에선 강재섭 대표를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당사자인 김용수 경기도당 부위원장 역시 전화 통화에서 "본격적인 수해 복구 작업 참여를 앞두고 먼저 다녀온다는 생각으로 간 건데 결과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당내 일부 세력이 고의로 정보를 흘렸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김용수 부위원장은 원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참모로 분류되지만, 역시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분이 두터운 홍 위원장과 뜻을 함께 하며 강재섭 대표를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골프모임 현장이 사진기자에게 포착됐다는 점에서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입수한 세력이 언론에 제보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번 파문의 배경에 음모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재섭 대표가 격노한 숨은 뜻은?

따라서 강재섭 대표가 이날 '격노'한 것도 다양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아침 강 대표는 통상 열리는 당내 회의도 아닌, 장관들과 시도지사들이 참석한 종합재해대책회의에서 "이상한 일이 또 일어났다"며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얼굴을 붉혔다.

또 '강력한 제재'를 거론하며 곧바로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강 대표의 이같은 분노는 표면적으로는 "수해복구 기간중 외유나 골프를 자제해달라"고 지시한 지 딱 하루만에 이같은 사건이 터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떻게 '이재민 고통 분담기간'으로 선포한 첫날 신신당부까지 어겨가며 수해가 가장 심한 강원도에 골프를 치러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전당대회 승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재오 최고위원과 물밑 힘겨루기가 치열한 상황을 감안할 때, 상대방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괘씸죄'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가 이날 '이상한 일'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골프 사건 자체를 지적하는 것은 물론,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골프 당사자들=강재섭 지지자들'이란 사실이 특히 강조된 점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뜻을 에둘러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주류의 당 저변장악 기도' 해석도

한편에선 이번 '수해 골프 파문'을 당내 비주류가 당내 세력 확장을 꾀하는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로 이어지는 '친박 주류 세력'의 당 장악에 반발하는 비주류 세력이 이번 수도권을 시작으로 세 확장 저지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같은 시각은 물론 당의 최대 관심사인 내년 대선후보 경선과 관계있다.

지난 전당대회 결과에서 보듯 '민심'보다는 '당심'을 장악하는 것이 현 경선 방식하에선 유리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에, 비주류로서도 당원 대의원 세력을 키우는 일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당내 일부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 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거론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같은 주장이 당내에선 '패자의 논리'로 치부되며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내년 대선후보 경선 역시 지난 전당대회처럼 당내 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최대 변수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파문의 수면 위엔 일부 당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떠올랐지만, 그 물밑에선 대선 국면을 앞둔 당내 주류와 비주류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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