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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의 분실물로 여긴 직원이 봉투를 보관하던 중 보관기간이 길어지자 지난 6일 봉투를 열어봤다. 봉투 안에는 현금 100만 원과 함께 자필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30대 남성 A씨의 고백이 들어 있었다.
A씨는 “15년 전 고등학생 시절, 이 곳에 책을 읽으려 자주 왔다”면서 “처음에는 책을 읽으려는 의도였지만 책과 학용품류에 손을 대 직원에게 걸려 마지막 훔치려던 책들을 아버지께서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이 흘러 두 아이를 낳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 보니 내게 갚지 못한 빚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 도둑질이 걸리기 전까지 훔쳤던 책들과 학용품에 대한 마음의 빚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는 것을 밝히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삶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안병현, 김상훈 교보문고 공동 대표이사는 “30대 가장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라 그 마음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며 “‘책을 훔치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르라’고 했던 창립자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됐다”고 했다.
교보문고는 손님이 남긴 100만 원에 200만 원을 더해 아동자선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할 예정이라 전했다.
교보문고 창업자인 故 신용호 전 회장이 설립 당시 교보문고 직원들에게 친히 당부한 다섯 가지 지침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들에게도 존댓말을 쓸 것 △한 곳에 오래 서서 책을 읽어도 그냥 둘 것 △책을 이것저것 보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책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책을 훔쳐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등의 내용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