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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흑자 전환…낸드 적자폭 감소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67조원,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각각 잠정 집계했다고 9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91%, 영업이익은 35.03% 각각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은 반도체 경기와 사실상 비슷하게 움직였다. 메모리반도체 경기가 최악 수준이었을 때인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402억원, 6685억원에 그쳤고, 3분기는 2조4335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등 큰 폭의 영업손실을 냈던 탓이다.
4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2조8000억원으로 더 증가한 것은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 때 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했는데, 그 덕에 하반기 들어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나아졌다. 특히 D램은 흑자로 전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적자 폭이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DS 부문의 영업손실 규모는 1조~2조원대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메모리 업황은 올해 계속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기 대비 13~18%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모바일 D램 가격은 18~23% 뛸 것으로 봤다. 트렌드포스는 “모바일 D램 계약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구매자들이 재고 축적에 나서고 있다”며 수요가 지속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005930) 입장에서는 호재다.
다만 비메모리 쪽은 여전히 적자에 빠져 있다는 게 문제다.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의 수요 회복이 늦어지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동률 개선이 미흡한 것이다. 비메모리는 메모리와 달리 반등의 기미가 미미하다는 평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메모리는 감산 효과 덕에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라며 “다만 파운드리는 메모리보다 경기 변동에 대한 반응에 있어 한 템포 늦은 편”이라고 했다. 그는 “파운드리가 개선되지 않은 것은 결국 반도체 수요가 늘지는 않았다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밝아진 것은 아니다”고 했다.
◇부진한 DX 부문…새 갤럭시 기대감
가전과 TV 쪽은 업황이 그렇게 밝지는 않다.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업계 경쟁마저 심화하고 있는 탓이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하는 4분기 특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과 가전을 포함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2조원대일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이외에 삼성디스플레이(SDC)의 경우 2조원 안팎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사업은 나아졌지만 글로벌 수요가 약하다 보니 DX 부문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다만 올해 1분기는 메모리 호전 외에 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암흑기를 지나면서 1년 전보다 84.92% 감소했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액은 258조1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8% 줄었다.
이번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다.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투자자 편의 제고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한다. 사업부별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고 질의 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