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국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일 중국을 방문 중인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 만나 회담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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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양국이 심도 있는 교류를 진행해 각 분야의 실무협력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했다”며 “내년 수교 75주년을 새 출발점으로 삼아 고위급 정치 관계를 지속 확대하고 경제 전반을 함께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슈스틴 총리는 양국 관계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며 러시아는 중국과 협력해 유엔(UN), 브릭스(BRICS) 등 다자간 메커니즘에서 소통과 조정을 강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시작되자 중국, 북한 등과 연합해 대응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일부에선 중·러 관계 발전이 미국 주도 서방의 압력에 공동 대응해야 하는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양국 경제의 상호보완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11월까지 중국과 러시아 무역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26.7% 증가한 2180억달러(약 284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타스는 양국간 거래 90% 이상이 자국 통화인 루블과 위안화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중·러 무역이 확대될수록 미국 주도의 달러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상하이 국제학연구소의 리 신 러시아·중앙아시아 연구센터 소장은 GT에 “양국 정상은 내년 새로운 양자 무역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중국과 러시아 경제·무역 협력의 성장 모멘텀을 고려할 때 향후 몇 년간 양국 무역 규모는 3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 주석은 또 회담에서 2024~2025년 ‘중·러 문화의 해’ 기간 동안 더 많은 문화 교류 활동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제뿐 아니라 문화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시 주석은 올해 3월 문명의 다양성 존중을 촉구하는 ‘세계 문명 구상’을 제안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 문화를 말살하려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화동사범대 러시아연구센터의 전문가 완 칭송 연구원은 환구시보에 “서방의 제재와 문화 차단에 직면한 러시아는 남반구와의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문화 협력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문화 교류와 상호 이해는 지정학적 긴장의 맥락에서 서구에 대한 대응을 기반으로 한다”고 전했다.
한편 시 주석과 미슈스틴 총리와의 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맡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달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만나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