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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자 구호품 전달 목적' 임시부두 운영 종료키로

방성훈 기자I 2024.07.12 11:15:15

美국방부 "재설치 시도했으나 기술·기후 문제로 실패"
"곧 운영 종료…부두 및 선박·장비 이스라엘에 반환"
설치후 트럭 500~600대분 전달 그쳐…전쟁전 하루분
거친 파도 등 악천후로 지속 파손돼 결국 폐기 수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했던 부두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미국이 건설한 임시부두를 통해 가자지구에 국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들어서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를 운반하고 있다. (사진=AFP)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 대변인인 팻 라이더 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부사령부 소속 미군 병력이 가자지구 해안에 임시부두를 다시 정박시키려고 했으나 기술적인 문제와 기후 문제로 실패했다”며 곧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운영 중단 시기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은 며칠 내에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시부두 재설치 및 운영 재개를 고려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종료할 것이란 얘기다. 미 국방부는 거친 파도 때문에 재설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부두 운영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기근 문제 해결을 위해 구호물자를 가자지구로 보내는 것은 더이상 최대 난제가 아니기 때문에 임시부두가 더는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진짜 문제는 가자지구 주변에 효과적으로 구호품을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시부두를 통한 구호물자가 국제구호단체 요원의 안전 문제 등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17일 가자지구 누세이라트 난민촌 인근 지중해 연안에 임시부두를 설치하고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한 통로로 사용해 왔다. 임시부두가 설치된 것은 가자지구가 이스라엘군에 포위를 당하면서 육로를 통한 구호물자 지원이 끊긴 탓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 2월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 230만명의 약 4분의 1인 최소 57만 6000명이 광범위한 기근 직전에 놓여있다면서 즉각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시부두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당초 하루 200만명분의 식량 전달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전달된 구호물자는 총 8100톤으로, 트럭으로는 약 500~600대 분량에 그쳤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하루에 약 트럭 500대분이 가자지구에 지원됐다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악천후로 부두가 지속 손상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시부두는 지난 5월 25일 거친 파도와 바람으로 손상됐다가 지난달 8일 수리 후 재설치됐으나 엿새 뒤 또다시 기상 문제로 파손됐다.

임시부두 운영이 종료되면 가자지구 내 기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라이더 소장은 임시부두와 지원선박 및 장비를 이스라엘 아시도드 항구로 반환했다면서도,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는 해당 항구에 남겨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임시부두를 다시 설치할 여지는 남겨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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