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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주인공 윌프리드가 여자와 뜨거운 밤을 보내던 중 아버지 이스마일의 사망 소식을 들으면서 시작합니다. 윌프리드는 아버지의 시신을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 곁에 묻어주려고 하지만, 외가 친척들의 반대에 부딪힙니다. 고민 끝에 윌프리드는 아버지의 시신을 고향에 묻기로 하고, 시신을 고이 안은 채 머나먼 여정을 떠납니다. 그 여정 속에서 부모가 겪어야 했던 전쟁의 비극과 마주하게 됩니다.
◇무명의 와즈디 무아와드 유럽에 알린 ‘연안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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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는 무척 경쾌(?)합니다. 윌프리드는 첫 등장과 동시에 “따르릉여보세요와보세요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라며 랩 같은 대사를 쏟아냅니다. 이스마일의 시신을 둘러싸고 친척들 반대에 부딪히는 장면에선 마치 현대무용처럼 흥겨운 춤판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윌프리드가 아버지의 고향을 찾으면서부터 작품의 분위기는 점점 정적으로 변해갑니다. 윌프리드는 아버지의 고향에서 만나는 시몬, 아메, 사베, 마시, 조제핀을 만나 이들이 겪은 전쟁의 참상을 알게 됩니다. 세대가 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전쟁의 상처가 관객의 마음까지 아프게 만듭니다.
무대 연출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특히 조명의 활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투명한 천과 조명으로 만들어내는 일렁이는 물결, 그 가운데에서 윌프리드가 이스마일의 시선을 떠나보내는 장면은 숙연하기까지 합니다. 아름다우면서도 무척 슬픈 2시간이었습니다.
‘연안지대’는 와즈디 무아와드를 유럽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작품입니다. 프로그램북에 실린 번역가 임재일 경기대 교수의 글에 따르면 ‘연안지대’는 1998년 리무쟁 프랑코포니 연극제를 통해 처음 소개됐고, 이듬해 아비뇽 연극제에 진출했습니다. 아비뇽 연극제는 작가와 연출가의 경력을 중시하는 축제라고 하는데요. 당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와즈디 무아와드의 작품을 아비뇽 연극제가 소개한 건 그만큼 프랑스 연극계가 그를 주목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반전(反轉)으로 반전(反戰) 전한 ‘그을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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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 당시 충격적인 반전(反轉) 스토리로 화제가 됐는데요. 사실 이 작품의 진짜 메시지는 반전 스토리 속에 담은 반전(反戰) 메시지에 있습니다. ‘연안지대’가 아버지의 시신을 들고 긴 여정을 떠나는 아들의 이야기라면, ‘그을린 사랑’은 죽은 어머니가 남긴 편지를 통해 어머니의 진실을 알아가는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도 충격적인 반전이지만, 연극에선 무대 위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더 강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와즈디 무아와드가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가 직접 전쟁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레바논 출신인 그는 레바논 내전으로 열 살이 되던 해 고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망명했고, 영주권 문제로 캐나다 퀘벡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 4부작’을 썼습니다.
레바논 내전은 중동 지역의 다른 전쟁과 마찬가지로 종교 갈등으로 인한 전쟁인데요. 와즈디 무아와드는 자신의 작품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배경을 레바논이라고 명시하지 않습니다. 종교적 신념을 떠나, 그리고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서 전쟁이 어떻게 평범한 이들의 삶을 망가뜨리는지, 그 고통은 어떻게 계속 이어지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음을 떠올리면, 와즈디 무아와드가 고발하는 전쟁의 참상은 보편적이기에 힘이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술은 아름다움 조명하며 인간의 존재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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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즈디 무아와드에 대한 소개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와즈지 무아와드는 ‘연안지대’, ‘화염’, ‘숲’, ‘하늘’ 등 20편 이상의 연극과 ‘되찾은 얼굴’, ‘아니마’ 같은 소설을 통해 ‘예술은 다양한 아름다움을 조명하며 인간의 존재를 증언한다’고 말했습니다.” ‘연안지대’는 전쟁의 비극 속에서 인간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생각해볼 기회입니다.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