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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는 올 들어서만 22~23% 가량 올랐다.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제유가는 작년 4월 마이너스까지 하락했으나 풍부한 자금 유동성에 서서히 회복하더니 이달 들어선 원유 재고 감소 등에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파까지 몰아닥치자 셰일가스 업체의 시추 및 정유시설 가동 중단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난방 수요가 급증, 정전이 일어나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는 한동안 유가를 끌어올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컨설턴트 업체 에너지 에스펙스에 따르면 기록적인 한파로 북미 최대 정유소 중 일부는 15일(현지시간) 문을 닫았고 하루에 3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원유 생산지역인 텍스사 유정과 정유소는 폐쇄됐다. 하루 60만7000배럴 규모의 석유가 생산되는 모티바 엔터프라이즈가 문을 닫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트고페트롤리엄(Citgo Petroleum)은 일일 16만7500만배럴을 생산하는 일부 정유공장이 전력 중단에 폐쇄됐다고 밝혔다. 라이온델바젤(LyondellBasell)의 26만3776배럴을 생산하는 휴스턴 정유 공장은 최소 생산량으로 운영되고 있고 매러선 페트롤리엄의 텍스사주 갤버스턴만도 대부분의 설비를 폐쇄했다. 갤버스턴만에선 하루 58만50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25개주에 겨울 폭풍 관련 경보가 발령됐고 미국 전역에서 항공편 3700편 이상이 결항됐다. 미국 기상청은 1억5000만명 이상이 한파 경보 속에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수 백 만 가정과 기업은 정전이 발생했고 전력 보존을 위해 전력 가동을 중단하는 조치까지 이뤄졌다. 지난 14일 저녁엔 전력 수요가 6만9150메가와트까지 급증, 2018년 1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파로 석유 공급 경로까지 막혔다. 송유관 운영업체인 엔브리지는 “시카고 외곽의 일리노이주 폰티악 근처 터미널에서 오클라호마주 쿠싱에 있는 미국 최대 석유 저장 허브로 연결되는 58만5000배럴 원유 파이프라인이 정전으로 인해 중단됐다”고 밝혔다. 휴스턴 항구의 공용 터미널도 한파로 중단됐다.
앤디 리포우 리포우오일 대표는 “휴스턴으로 향하는 겨울 폭풍과 북극의 추운 날씨가 석유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추운 날씨로 많은 유정이 폐쇄되고 물은 기름가 함께 장비를 얼리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시추 시설는 12일 현재 397개로 1년 전보다 393개나 줄어든 상태다. 그나마 최근엔 그 개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한파가 지속되는 한 다시 시추 시설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