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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의 늪’에 빠지는 젊은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 형태가 보편화하면서 다크웹, 가상자산 등을 결합한 마약류 유통이 판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8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3개월 동안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을 진행한 결과, 마약류 사범 총 1956명을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중 406명은 구속했으며, 3억6000만원 상당의 불법수익을 압수했다.
검거된 피의자 중 향정신성의약품(필로폰, 합성 대마류, 엑스터시 등) 사범이 1404명(72.9%)으로 가장 많았고, △대마(대마초·해시시 오일 등) 417명(21.3%) △마약(양귀비·코카인·펜타닐 등) 135명(6.9%) 순이었다. 행위 유형별로는 △투약 1405명(71.8%) △판매 481명(24.6%) △밀경 54명(2.7%) △제조·밀수 16명(0.8%) 순이었다.
10~30대가 1365명으로 상당수(69.7%)를 차지한 가운데 특히 20대가 742명(39.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572명(29.2%), 40대 323명(16.5%), 10대 51명(2.6%) 순으로 집계됐다.
실제 마약사범은 검거건수는 매년 상승세 속 20대 비중이 폭증하고 있다. 경찰청의 최근 6년간 마약사범 검거 건수를 보면 2016년(8853명), 2017년(8887명), 2018년(8107명)에 걸쳐 8000명대를 유지하다 2019년(1만411명)부터 1만명을 넘어섰다. 2020년에는 1만2209명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9483명이 검거됐으며,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1만명 이상의 마약사범 검거가 예상된다. 이 중 올해 검거된 20대 마약사범은 3155명으로, 2016년(1327명) 대비 137.7% 급증한 수치다.
SNS와 다크웹, 가상자산 등을 활용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인터넷에 익숙한 20대 젊은층이 마약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마약류 사범 중 인터넷 사범 비중을 살펴보면 2018년 18.7%, 2019년 20.3%, 2020년 21.4%, 2021년 10월 현재 23.7%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 전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텔레그램에서 가상화폐를 받고 마약을 유통한 혐의로 국내 총책 A(27)·B(28·여)씨와 관리책·운반책 등 5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필리핀·베트남에서 필로폰 등 101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밀반입한 뒤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텔레그램에 마약 채널 6개를 개설해 판매 광고를 한 뒤 마약 구매자들에게 가상화폐 구매대행사 계좌로 대금을 입금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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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청소년들에게 마약류 노출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학교전담경찰관(SPO) 중심으로 교육부·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연계한 마약류 특별예방교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갈수록 탈국경화·지능화하는 인터넷 마약류 유통을 막기 위해 전담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가상자산 추적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마약류 유통조직을 수사 초기부터 범죄단체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n번방’ 조주빈(26)이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 외에도 범죄단체 조직 혐의 등으로 가중처벌을 받아 징역 42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범죄단체 조직 혐의가 입증될 시 무기징역 또는 유기징역 50년(가중처벌시)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또 관련범죄수익 전체에 대한 기소 전 몰수·추징과 범행이 모호한 조직원에 대해서도 조직 활동 자체만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 마약류 확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앞으로도 관세청·국정원 등 관계부처와 우범 정보 공유 및 공조수사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면서 “가중처벌로 조직을 와해시키고 기소 전 몰수·추징을 통해 범죄수익 창구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마약 사범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젊은층들에게, 마약은 위험하고 삶을 파멸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에 기대 날로 지능화하는 온라인 마약 유통 범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