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이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7년 20주년 기념식의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제30주년 기념식 이후 3년 만에 다시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찾았다.
33주년 기념식은 ‘코로나 19’ 사태로 참석자 수를 70여 명으로 줄여 간소하게 진행됐다. 이에 행정안전부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에 참석을 자제하도록 협조와 양해를 구하고 모든 참석자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준수하도록 안내했다.
이날 기념식엔 민주화운동 단체 대표,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유족, 4부 요인, 주요 정당 대표, 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현직 경찰청장이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6·10 기념식서 첫 훈장 수여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친수했다. 정부는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분들이 합당한 예우를 받도록 하기 위해 4·19혁명 60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계기로 포상을 추진했다. 정부가 6·10 기념식에서 훈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훈장 모란장 수여자는 고 이소선, 고 조영래, 고 지학순, 고 조철현(조비오 신부), 고 박정기, 고 성유보, 고 김진균, 고 박형규, 고 김찬국, 고 권종대, 고 황인철, 배은심 님 등이다.
이번 정부 포상에는 국민포장 2명, 대통령 표창 5명도 포함됐다. 국민포장은 조지 오글 목사, 고 제임스 시노트 신부 등이다. 대통령 표창은 이순항(3·15기념사업회 고문), 최갑순(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 홍종흠(2·28기념사업회 원로자문위원), 최우영(전 3·8기념사업회 회장), 패리스 하비(국제노동권리기금 목사) 등이 받았다.
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부가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에게 훈장을 추서하는 의미를 되새기고, 훈장 수여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 경찰 의장대가 전체 의전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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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민주화 유공자들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치하하고 역사적인 장소에 조성 중인 민주인권기념관 건립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33주년 기념식 슬로건은 ‘꽃이 피었다’다.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맥을 이어 대통령 직선제를 국민의 힘으로 쟁취한 승리의 역사를 꽃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시민들이 경찰에게 꽃을 달아주며 폭력에 저항했던 의미를 살려 행사장소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조사실 등을 꽃으로 표현했다.
33주년 기념식 사회는 배우 권해효 씨와 임수민 아나운서가 맡았다. 권해효 씨는 민가협의 ‘인권 콘서트’, 호주제 철폐 운동 등에 적극 참여해 왔다. 6·10민주항쟁 기념식은 2009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 진행이다. 임수민 아나운서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교육방송국(YBS) 소속으로 고 이한열 열사 투병상황 및 교내시위 등을 직접 방송했다.
문 대통령의 기념식장 입장엔 민주화운동의 과거, 현재, 미래 세대가 함께했다. 1981년 ‘전민노련’ 사건으로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돼 한 달간 고문을 당했고, 현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경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어느 돌멩이의 외침’의 저자 유동우 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장남수 회장,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조순덕 상임의장, 훈장 수여자인 고 김진균 님의 손자 김순명, 고 박형규 님의 손녀 유미래 님이 동반 입장했다.
애국가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임원 조인식, 이석주, 강선순 님,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이영 님, 고 박형규 님의 손자 유승민, 고 권종대 님의 손녀 권지윤, 고 박정기 님의 딸 박은숙, 고 성유보 님의 손녀 성지아가 함께 불렀다. 애국가 영상 중 2절은 1987년 6월항쟁의 자료화면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묵념사는 한승원 작가가 ‘창조적인 자유 민주 평화의 꽃과 달과 별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성스럽고 위대한 약속과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집필했다. 낭송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이 맡았다.
◇文대통령, 박종철 열사 조사실 방문·헌화
경과보고는 ‘6·10민주항쟁이 꽃피운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2012년 개봉된 영화 ‘남영동 1985’에서 고 김근태 님의 역을 맡았던 배우 박원상 씨가 했다.
기념식장에서 유족이 아닌 당사자로서 훈장을 직접 받게 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민주화운동 관계자를 대표해 편지를 낭송했다. 제목은 ‘서른 세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다.
기념공연은 해금 연주자 강은일과 가수 윤선애의 ‘그날이 오면’,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이다. 윤선애는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 소속으로 6월 민주항쟁에 직접 참여했고, 후일 고 박종철 열사의 추모곡이 된 ‘그날이 오면’을 최초로 녹음한 인연이 있다. 정태춘은 1980년대부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주최한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에 10년 넘게 고정 출연했다.
기념식 마지막 순서로 ‘광야에서’를 합창했다. ‘광야에서’는 6·10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007년부터 참석자들이 기념식 마지막에 부른 노래다. 행정안전부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공식 제창곡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국악인 송소희, 가수 안예은, 국립합창단, 청춘뮤지컬 ‘비망’ 프로젝트 팀이 기념식 참석자들과 함께 불렀다.
한편, 문 대통령은 기념식 종료 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방문하고 헌화했다. 이 자리에는 고 박종철 열사의 유족(형)인 박종부 님, 민갑룡 경찰청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 행정안전부 진영 장관 등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