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26일 21시08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주가가 오를수록 적자가 커지는 회계상 착시가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전환권 가치가 주가와 함께 오르면서 현금 유출이 없는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대거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실제 재무 상태와 무관한 장부상 손실이 순손실을 키우면서 채권자와 주주 모두 기업을 잘못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올바른 판단을 위해선 파생상품 손익의 성격을 구분해 기업을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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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자닌 발행이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상승이 오히려 손익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을 띠는 금융상품으로 CB와 BW가 대표적이다.
주가가 오르는데 적자가 커지는 이유는 회계 처리 방식에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주가에 따라 전환가액이 조정되는 리픽싱 조건 등이 붙어 있으면 전환권을 자본이 아닌 파생상품부채로 분류한다.
파생상품부채는 결산기마다 공정가치로 다시 평가한다. 주가가 오를수록 싼 가격에 주식을 받을 수 있는 전환권의 가치도 커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부채의 평가액이 늘어난 것으로 처리되고 증가분은 파생상품평가손실로 당기손익에 반영된다.
이렇게 인식된 파생부채는 사채권자가 주식으로 전환하면 자본으로 대체된다. 전환 없이 만기가 돌아오면 전환권 가치가 사라지면서 소멸한다. 만기에 사채 원금을 갚는 것과 별개로 전환권에 대해서는 현금이 나가지 않는다. 현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이 아니라 장부상 부채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HLB(028300)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HLB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상반기 연결 기준 276억원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을 인식했다. 전년 같은 기간 52억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었다. 손실은 모두 2분기에 반영됐다. 손익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 상반기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법차손) 1209억원 중 22.8%가 파생상품평가손실이다. 2분기만 놓고 보면 법차손 801억원의 34.4%에 달한다.
부채비율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HLB의 파생상품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796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131억원으로 반년 새 335억원(42%) 늘었다. 전체 부채 4855억원의 23.3%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부채비율은 114.9%다. 파생부채를 제외하면 부채비율은 88.2%로 떨어진다.
HLB는 6월 말 기준 CB 5건과 BW 1건을 보유하고 있다. 미상환 권면 합계는 2994억원이다. 상반기 중에는 사채권자들의 전환권 행사로 보통주 43만4030주가 새로 발행됐다. 이 과정에서 약 222억원이 부채에서 자본으로 넘어갔다. 현금 유출 없이 부채가 자본으로 바뀐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손실이 투자자들의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 상승으로 발생한 평가손실이 순손실을 키우면서 재무 상태가 실제보다 나빠 보이게 된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부채비율 등 재무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보여 신용도를 낮게 평가할 수 있다. 주주 역시 적자 규모만 보고 기업가치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평가이익이 발생해 손익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반대 현상도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착시를 피하려면 파생상품 손익을 성격별로 나눠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의 파생상품 손익은 크게 △메자닌 전환권 관련 손익 △원자재나 환율 변동에 대비한 영업 관련 헤지 손익 △영업과 무관한 재무적 투기 손익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메자닌 전환권 관련 손익은 현금 유출이 없는 만큼 걷어내고 기업을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영업과 연계된 파생상품 손익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수출 기업이 매출 단가를 고정하기 위해 맺은 환헤지 계약이나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비한 파생상품 거래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파생상품 손익은 본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영업 손익에 포함해 펀더멘털을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자닌 전환권에서 발생한 파생상품 손실은 현금이 실제로 빠져나가는 손실이 아니다”며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만기가 되면 사라지는 장부상 부채인 만큼 이를 걷어내고 기업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적자가 불어나는 구조를 모르면 투자자와 채권자 모두 기업의 재무 상태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며 “순손실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손실의 성격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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