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여행 중에 교통사고로 친한 친구를 잃었다. 사고 이후, 그녀의 머리 속은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그날 하지 말았어야 했던 행동과 했어야 했던 행동을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사고가 난 지 십 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생존자의 죄책감(Survivor’s guilt)’으로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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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의 죄책감으로 괴로운 사람들에게 누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평생을 괴롭히기도 한다. “왜 하필 거기에 갔나”, “철없이 놀다 죽은 것을 애도해야 하나”, “스스로 선택해서 간 것인데”라는 등의 댓글은 벼랑 끝에 있는 생존자들을 더 큰 고통의 나락으로 내몬다. 누구나 살다 보면 결과가 좋지 않았던 선택을 할 수 있고, 삶과 죽음이 내 능력 밖의 일임을 절감하는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예기치 않은 죽음 앞에 더 신중해지고,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통계에 의하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아가면서 트라우마라고 불릴만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기에 누구나 살면서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예상하지 못한 죽음과 슬픔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각자도생의 방법만으로는 도저히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 전체가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는 길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 곁에 진정으로 같이 서있는 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공감 어린 연대만이 우리를 살아남게 할 것이다. 살아남아 자책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우리가 곁에서 함께 있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