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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내가 아는 한 시인은 꽃이 피는 걸 ‘핀다’라고 안하고 ‘목숨을 터뜨린다’라고 했어. 근사하지?” “멜로영화 예고편을 볼 때, 무한도전 같은 예능에서 재미있는 애드립 치는 진행자를 볼 때, 동네 구멍가게 무뚝뚝한 주인 아저씨가 8시 드라마를 보면서 울 때, 여러 가지 색깔이 뒤섞인 저녁 구름, 버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여자애들, (…중략) 와, 많다. 그치?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를 두근대게 해.”
김애란(35)의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속 명문장이 동명의 연극으로 되살아났다. 2011년 출간한 소설은 5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로 대수·미라가 열일곱 살에 낳은 조로증에 걸린 아들 아름이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해에는 강동원·송혜교 주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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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연출은 “처음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아름이가 친구와 편지를 주고 받는 대목”이었다며 “소설 속 주옥 같은 문장을 가능한 한 안 바꾸려 했다. 가장 공들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모습에서 깊이 공감했다”며 “아름이가 편지를 받고 설레는 장면이라든가, 손 사진 장면 등은 배우·스태프와 수차례 회의를 거쳐 합심해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영화가 부모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했다면 연극은 조로증에 걸린 17세 아름이가 중심에 선다. 아름이의 눈으로 바라본 아빠와 엄마, 아름이가 죽기 직전까지의 하루하루에 주목한다. 그래서 무대는 동화적이다. 장난감 기차가 편지를 배달한다거나 무대 천장에서는 그네가 내려온다. 대신 긴 소설 내용의 늘어질 수 있는 부분은 랩과 무용 등으로 속도감을 줬다. 비극을 유머러스하게 대처하는 아름의 모습은 눈물과 웃음 사이에 균형을 주려고 했다.
추 연출은 “흔히 죽고 싶은 순간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데 작품은 살고 싶은 순간을 묻는다”며 “연극을 보고 돌아가면서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좋은 순간을 떠올리며 ‘살고 싶다’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로증으로 팔십 노인의 몸을 가진 17세 소년 아름 역은 43세의 오용과 34세 정문성이 맡았다. 오는 5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1644-1702.